지구화 시대의 신식민주의에 대한 물음
지구화 시대의 신식민주의에 대한 물음
  • 강명수 기자
  • 승인 2006.09.24
  • 호수 15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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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시카와 나가오 교수 초청 강연회

지난 20일 비교문화역사연구소 주최로 니시카와 나가오 교수<리츠메이칸대> 초청 강연회가 백남학술정보관에서 열렸다. 니시카와 나가오 교수는 근대 국민국가의 ‘국민화’와 지구화의 문제를 비판적으로 성찰해 온 진보 지식인이다. 얼마 전 「신식민주의론」을 출판한 니시카와 교수의 강연에 서울배움터 학생들과 사학 관계자들, 다른 학교 인사들 2백여 명이 참석했다.


니시카와 교수는 강연에서 식민주의를 비판적으로 검토하는 것은 근대라고 불리는 시대의 총체를, 그리고 그 속에서 살아가는 나 자신을 근본적으로 되돌아보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식민지 지배를 받았던 나라가 아니라, 식민지 지배를 자행했던 나라인 일본의 지식인으로서 니시카와 교수는 전쟁 이후에 ‘식민지 망각’이 이어졌다고 이야기했다.

니시카와 교수는 그것이 전후 일본인이 식민지는 부정적 유산으로서 떳떳하지 못했다는 자각과 미군 주도의 점령정책이 합쳐진 결과라고 주장했다. 때문에 일본 사람들은 옛 식민지에 대해 반성적으로 생각하는 것도, 옛 식민지에 대해 아는 것도 금기로 여겨졌다는 것이다.

그 때문에 사람들은 새로운 시대·노동력 이동과 경제적 격차가 문제시되는 시대의 움직임 뒤에는 지금도 여전히 식민지 시대의 후유증이 강하게 작용하고, 또 세계적인 규모의 착취 구조가 작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니시카와 교수는 또한 글로벌 시티에서 신식민주의가 전형적인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과거와는 달리 지배의 주체는 국가가 아니라 거대 자본주의이며, 이제는 지배자가 식민지에 가는 것이 아니라 식민지 노동자들이 종주국의 중심부로 끌여들여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들이 모이는 글로벌 시티는 극도의 부유함과 극도의 빈곤함에 동시에 존재하는 장소이며, 글로벌화의 모든 모순이 집중적으로 표현되는 장소라고 말했다. 이처럼 국가라는 틀을 제거한 상태에서 전개되는 새로운 식민주의는 우리들이 국내 식민주의라는 개념으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고 게 니시카와 교수의 생각이다.


2시간 30분 정도 이어진 이 날 강연은 일본어와 한국어 동시통역으로 진행되었다. 참석했던 학생들 역시 대체로 만족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김수연<인문대·영어영문 04>은 “한국과 일본의 근현대사에 대해 일본인이 강연한다는 것 자체가 새로웠다”며 평소와는 다른 시각에서 문제를 바라볼 수 있었다는 점에 점수를 줬다.

다만 “강연이 점령국이었던 일본을 옹호하는 것 같은 느낌이 주었다”고 말해 한국인과 일본인 사이에 골 깊은 인식의 차를 보여 주었다. 하지만 참석자들 모두 강연의 깊이에 대해선 만족스럽다고 밝혔다. 비교역사문화연구소의 초청장을 받고 참석한 고지현<전북대·독어교육과>은 “내셔널리즘을 넘어서 갈등을 정리하려는 노력이 돋보였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한 “식민지라는 개념을 세계화의 측면에서 설명하려는 노력이 신선했다”면서 강연에 대한 만족감을 표현했다.


강연이 끝나고 나서 비교문화연구소장 임지현<인문대·사학> 교수와 이미니시 하지메<오타루대> 교수 등의 토론이 열렸으며, 토론 마지막에는 일반 참가자들이 발표자들에게 질문하는 종합토론의 시간도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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