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제된 언어문화를 이끌 ‘우리말 다듬기’
정제된 언어문화를 이끌 ‘우리말 다듬기’
  • 정채은 기자
  • 승인 2020.09.28
  • 호수 1518
  • 4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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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를 배경으로 새로운 용어가 물밀 듯 쏟아지고 있다. 이런 용어들은 전염병 상황과 직결되면서, 모두가 정확히 이해해야 할 아주 중요한 것이 됐다. 이에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와 국립국어원(이하 국어원)에선 코로나19로 등장한 낯선 단어를 쉬운 우리말로 다듬어 홍보하며 대중의 이해도를 높이고 있다. 문체부와 국어원은 ‘어려운 용어 때문에 국민이 정보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쉬운 우리말로 다듬기 위해 노력한다’고 밝혔다. 

우리말 다듬기 = 쉬운 우리말 쓰기 
‘우리말 다듬기’는 낯선 외국어와 어려운 한자어 등을 알기 쉬운 우리말로 다듬는 작업이다. 국어원에선 우리말 다듬기 사업의 목적을 ‘원활한 의사소통’이라 밝힌다. 우리말 다듬기 관련 사업은 꽤 오랜 역사를 갖고 있다. 그 시작은 1947년 ‘국어정화운동’으로 일본어식 용어 대신 우리말을 되찾으려는 운동이었다. 이같은 노력은 지금까지 이어져, 2017년엔 ‘국어기본법’ 제14조 1항을 개정해 ‘공공기관 등은 공문서를 국민이 알기 쉬운 용어와 문장으로 써야 하며, 어문 규범에 맞춰 한글로 작성해야 한다’고 규정하기에 이르렀다. 이건범<한글문화연대> 대표는 “공공언어는 국민의 △권리 △복지 △의무와 밀접한 관계를 갖기에 이를 모든 국민이 잘 알 수 있게끔 풀어 쓰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라며, 우리말 다듬기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외국어 이해도… 겨우 61.8점?
올해 3월 문체부와 ‘한글문화연대’가 진행한 ‘외국어 표현에 대한 일반 국민의 이해도 조사’에 따르면, 조사한 3천500개의 단어 중 응답자의 60% 이상이 이해하는 단어는 1천80개로 30.8%에 불과했다. 이는 100점 만점 기준 61.8점으로 다소 낮은 점수였다. 범람하는 외국어의 홍수 속에서, 대중이 쉽게 수용할 수 있는 우리말 다듬기 노력이 필요한 이유다. 이 대표는 “△디지털 △컴퓨터 △피아노 같이 이미 굳어져 사용할 수밖에 없는 말을 제외하고, 우리말로 충분히 대체할 수 있는 용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외국어를 사용하는 것은 문제”라며 “외국어를 쉬운 우리말로 대체해, 이를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전했다. 

어렵다! 어려워!
전문분야에서 우리말 다듬기는 더욱 난항을 겪고있다. 오랫동안 변하지 않고 사용된 어려운 용어가 많고, 일반인의 관심도 비교적 적어 외래어나 일본어식 용어가 여전히 많이 남아있다. ‘국어문화원 연합회’와 ‘동아사이언스’가 진행하는 ‘쉬운 의과학용어 찾아쓰기’ 사업의 자문 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최무영<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는 의학·과학 분야에서의 우리말 사용 실태에 관해 “상당히 심각한 상황”이라며 “낯선 외국어를 활용한 용어의 벽에 막혀 개념을 정확히 이해하기엔 한계가 있고, 이는 학문을 체화하는 것을 어렵게 만든다”고 말했다. 또한 최 교수는 “받아들이기 쉬운 우리말이 있음에도 직관적인 이해가 어려운 외국어나 일본어식 한자어를 사용한다”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진정한 우리말 다듬기가 되려면
우리말 다듬기, 어떻게 하면 우리 사회에 뿌리 깊게 정착할 수 있을까? 이 대표는 “법적인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하며 미국의 ‘쉬운 영어 쓰기 지침(Plain English Act)’ 사례를 소개했다. 이 지침엔 ‘대중과 원활한 소통을 위해 공문서에서부터 쉬운 영어를 쓰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대표는 “쉬운 말로 바꿔 쓰는 건 전 세계적인 흐름”이라며 “우리나라도 의무적으로 공문서를 대중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쓰는 법을 만들어 체계적으로 관리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그뿐만 아니라 각 분야의 전문가와 정부 기관의 협력도 필수적이다. 최 교수는 “과학과 언어학 분야 사이의 학문적 간극이 넓어 우리말 다듬기를 위한 추진력을 모으기 힘들다”며 “과학자와 언어학자 사이의 소통과 이를 주도할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책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대중의 적극적인 참여도 필요하다. 이 대표는 “대중들이 잘못된 용어에 대해 정부와 언론사를 향해 고쳐달라는 적극적인 요구를 해야 한다”며 “잘못된 용어를 어떻게 다시 써야 할지 고민하게 되고, 이는 우리말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우리말 다듬기가 자리 잡기 위해선 사회 구성원 모두의 노력이 합쳐져야 한다. 우리말 다듬기를 통해 우리들의 의사소통이 더욱 원만해지고, 여기서 더 나아가 언어문화까지 정제되길 바란다. 

도움: 이건범<한글문화연대> 대표
최무영<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
최시언 수습기자 chltldjs09@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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