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부 특집 #1] 우리 학교 배구부를 가다
[운동부 특집 #1] 우리 학교 배구부를 가다
  • 박용진 기자
  • 승인 2020.09.28
  • 호수 1518
  • 3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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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학교에는 △농구 △배구 △아이스하키 △야구 △유도 △육상 △축구 △체조까지 총 8개 종목의 운동부가 있다. 그러나 대학 스포츠와 리그는 대중들의 관심뿐만 아니라 학생들의 관심에서도 멀어진 지 오래다. 그럼에도 지금 이 순간, 많은 선수들은 프로 진출을 꿈꾸며 학교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그동안 조명받지 못했던 대학 스포츠와 리그를 취재해 보면서 얻은 내용을 우리 학교 학생들과 함께 나누어 보는것은  어떨까? 그 첫 번째 순서 우리 학교 배구부 이야기, 지금부터 시작해보자.

대학 배구 역사 첫 장에 실리다
지난 1968년, 8개의 대학 배구팀의 참여로 한국 대학 배구 리그가 시작됐다. 우리 학교 배구부는 1968년 창단해, 당시 리그에 참가한 8개 팀 중 하나가 됐다. 그리고 1977년, 창단 10년 차가 돼서야 전국 대학 배구 리그에서 우승을 차지한다. 그러나 우승의 기쁨도 잠시, 1년 후 우리 학교 배구부는 여느 대학처럼 운영비 부족과 선수확보의 어려움을 이겨내지 못하고 해체된다.

그렇게 역사 속으로 사라질 것 같았던 우리 학교 배구부는 1983년 부활하게 된다. 본교 체육학과 출신인 故송만덕 감독이 재창단하고 초대 사령탑으로 선임된다. 그때 신입생으로 입학한, 그리고 현재는 우리 학교 배구부를 이끌고 있는 양진웅<배구부> 감독은 재창단 당시를 다음과 같이 회상했다. “재창단 첫해에는 선수 구성이 제대로 돼 있지 않다 보니 시합에 바로 나가지는 못했지만, 송 감독님과 함께 차근차근 준비해 나갔습니다. 그리고 이듬해 우승을 차지하면서 과거의 영광을 회복해 나갔죠. 물론 후배들이 기록한 것처럼 역사에 남는 연승과 무수한 우승 기록을 따내지는 못했지만 우리 학교 배구부를 분명 강호의 자리에 올려놨다고 생각해요.”

이처럼 우리 학교 배구부는 대학 배구 역사의 시작을 같이 했다. 우여곡절은 있었지만, 우승도 하고 꾸준히 상위권 성적을 유지한 우리 학교 배구부는 대학 배구 강호의 자리를 지켜나갔다.

당신의 영광의 순간은 언제였나요
프로 배구의 최다 연승 기록은 77연승을 기록한 ‘삼성화재 블루팡스’가 가지고 있다. 그럼 대학 배구 최다 연승 기록을 가지고 있는 학교는 어디일까? 바로 우리 학교가 그 주인공이다. 과거의 영광을 하나씩 찾아가던 우리 학교 배구부는 1990년대 끝자락에서 대학 배구 최강자의 위치에 올라선다. 1996년 전국체전을 시작으로 연승 가도를 달리기 시작한 우리 학교 배구부의 기세는 1999년까지 무려 4년 가까이 이어졌다. 이때 쓰인 64연승이라는 대기록은 감히 어떤 팀도 깰 생각을 하지 못하고 있다. 

 

▲ 지금과는 다르게, 90년대 우리 학교 배구부 경기가 있는 날이면 장충체육관은 응원을 하러온 학생들로 가득 찼다. 사진은 1991년 ‘제8회 대통령배 전국 남녀 배구선수권’에서 우리 학교 배구부가 대학팀 최초로 감격의 첫 우승을 차지했을 당시의 모습이다.

연승 기록은 물론 우승 기록까지, 우리 학교 배구부의 승승장구는 끊이지 않았다. 배구부는 1996년 전국체전 우승을 시작으로, 1997년 슈퍼리그 대학부 전승 우승, 1997년 전국체전 전승 우승 등 대학 배구 역사상 최초로 97시즌 전관왕의 위업을 달성했다. 이 기세는 계속해서 이어졌다. 1999년 64연승이 중단되기까지 4년의 시간 동안 우리 학교 배구부는 11개 대회를 싹쓸이하며 대학 배구 역사에서 아직도 깨지지 않는 불멸의 기록을 남겼다. 

그래서인지 그 당시 대학 배구의 인기는 지금과 비교도 안 될 만큼 뜨거웠다. 배구 경기가 열리는 날이면, 체육관은 경기를 보러온 학생들로 가득 찼고, 학생들의 응원 열기 또한 엄청났다. 이에 대해 양 감독은 “90년대 대학 배구의 인기는 농구대잔치에 버금갈 정도로 엄청났다”며 “당시엔 프로팀이 없고 실업팀만 있었는데, 실업팀과 대학팀이 붙는 슈퍼리그 경기가 있는 날이면 학교는 온통 그 이야기뿐이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이처럼 지금은 상상할 수조차 없지만 당시 대학 배구는 엄청난 인기를 누렸고, 그 중심에는 우리 학교 배구부가 있었다.

우리 학교 배구부의 현재 그리고 미래
현재 우리 학교 배구부에선 과거 재창단 시기의 부흥을 이끈 양 감독의 지휘 아래 16명의 선수들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양 감독 부임 후인 지난 2016년, 8년 만에 다시금 대학 배구 왕좌의 자리에 오른 우리 학교 배구부는 재도약을 꿈꾸며 오는 11월 열릴 예정인 전국체전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다음 달 6일 예정된 ‘2021 프로배구 신인 드래프트’에 우리 학교 배구부 학생 3명이 참가할 예정이다. △4학년 박찬웅 △4학년 박창성 △3학년 김선호 선수가 그 주인공이다. 양 감독은 “3명의 선수가 이번 신인 드래프트에 참가한다”며 “그중 3학년의 김선호 선수는 
*얼리로 나가는 것임에도 기본기가 탄탄해 기대 된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처럼 대학 배구의 역사와 함께한 우리 학교 배구부는 배구 명문으로서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감독과 많은 선수들이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 1996년부터 1999년까지 4년의 시간동안 우리 학교 배구부를 이끌며 64연승을 합작한 최태웅 선수(오른쪽)와 석진욱 선수. 이 둘은 프로 진출 이후에도 같이 ‘삼성화재 블루팡스’ 팀에서 활약하며, 프로 배구 최다 연승인 77연승이라는 대기록을 함께 세워나가기도 했다. 

물론 지금은 90년대와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학생들이 즐길 거리가 많아졌다. 또한 프로 스포츠 리그의 출범으로 자연스럽게 대학 스포츠의 관심이 줄어들게  됐다. 거기에 최근 들어서 대학 진학을 건너뛰고 고등학교 졸업 후 곧바로 프로로 직행하는 선수도 과거에 비해 많이 등장하고 있다. 

그렇다지만, 대학 스포츠가 존재 이유까지 잃은 것은 아니다. 양 감독은 “대학 스포츠에 관심이 떨어진 건 사실이다”며 “하지만 대학은 학생들에게 프로로 가기 직전의 단계로, 아직 아마추어 단계에 있는 선수들을 프로로 만들어 가는 과정에서 반드시 필요한 단계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양 감독은 “프로에서 잘 적응하기 위해서라도 대학에서 운동 외에 다른 배움도 선수들에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장충체육관 관중석이 선수들을 응원하기 위한 학생들로 가득했던 그 시절. 대학 스포츠가 그때의 인기를 회복하기 위해선 학생들의 관심은 물론이거니와 학교의 적극적인 지원도 뒷받침돼야 한다. 학생들이 대학 스포츠 결과에 울고 웃었던 과거의 영광스럽던 그 시기로 돌아가기를 우리 학교 학생의 한 명으로서 응원해 본다. 
 

▲ 현재 우리 학교 배구부는 오는 11월 재개를 앞두고 있는 전국체전 출전을 위해 훈련이 한창이다. 사진은 올해 코로나19로 경기가 중단되기 전까지 조 1위의 성적을 기록하고 있던 ‘전국대학배구 무안대회’에서 시합을 앞두고 선수들이 모여서 찍은 단체사진이다.

*얼리: 대학 선수가 보다 프로에 일찍 들어가기 위해 4학년을 다 마치기 전에 프로 드래프트에 뛰어드는 것을 말한다.

박용진 기자 joseph21@hanyang.ac.kr
도움: 이지양 수습기자 liu1535@hanyang.ac.kr
사진 출처: 예체대 체육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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