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소위 부결로 보는 전학대회, 개선이 필요하다
성소위 부결로 보는 전학대회, 개선이 필요하다
  • 황하경 기자
  • 승인 2020.09.20
  • 호수 1517
  • 1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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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전체학생대표자회의(이하 전학대회)에서 한양성적소수자인권위원회(이하 성소위)의 위원 인준 안건은 참여인원 274명 중 155명 찬성, 사업계획 및 예산심의 안건은 참여인원 271명 중 149명 찬성으로 찬성표가 투표 인원의 3분의 2 이상이 되지 않아 모두 부결됐다. 성소위 위원장 박채림<인문대 사학과 16> 씨는 모든 안건이 부결된 직후 추가 자유발언에서 “다양한 의견을 통해 보완하고자 노력했으나 모든 안건이 부결돼 안타깝다”며 “사유를 알지 못한 채 부결되는 것보다 부족한 부분에 대해 대의원이 의견을 적극적으로 제시해준다면 성소위의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대의원의 재심의 요청으로 재심의 여부에 대한 투표를 진행했지만 재적 의원의 과반수를 넘기지 못해 이마저도 기각됐다. 지난 학기에 이어 이번 학기에도 성소위는 활동하지 못하게 됐다.

부결 원인은 무엇일까?
한 학기가 지났지만 대의원들의 의견엔 변화가 없었다. 지난 전학대회에 이어 이번 전학대회에서도 성소위의 모든 안건에서 100표가 넘는 기권표가 나왔고 대의원들이 기권표를 던진 이유 역시 동일했다. 서울캠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장 권도형<사범대 국어교육과 18> 씨는 성소위 안건 부결에 대해 “이태원 클럽발 코로나19 재확산을 기점으로 성소수자에 대한 인식이 악화됐다”며 “이런 인식이 이번 전학대회에 반영돼 부결이라는 결과가 나온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의견을 밝혔다. 한편, 성소위의 존재 필요성에 대한 의문을 가지는 의견도 있었다. 익명을 요구한 대의원 A씨는 “코로나19로 대외활동을 진행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성소위만의 특색있는 행보가 없다고 생각해 성소위의 필요성에 대한 의문이 생겼다”고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B씨 역시 “자료집을 통해 성소위의 사업계획이나 구체적으로 예산이 어떻게 쓰일지에 대한 충분한 설명이 없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학내 커뮤니티로 퍼져나간 논란
성소위 부결 소식이 전해지자 학내 커뮤니티에선 이를 두고 논란이 일었다. 아무 질의 없이 성소위의 모든 안건에 기권표를 던진 대의원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고 이 과정에서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 발언도 이어졌다. 익명을 요구한 학생 C씨는 “성소위가 학내 성소수자들의 유일한 소통창구로써의 역할을 하는데, 위원회의 존치를 논의하는 중요한 상황에서도 활발한 논의가 없었던 것은 잘못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권 씨는 “성소위 안건 부결이 전학대회를 넘어 학우 간의 비방과 언쟁의 불씨가 된 것 같아 안타깝다”며 “대의원들을 일방적으로 비난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대의원 D씨도 “기권표를 던졌다고 성소수자를 혐오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개인마다 판단의 기준이 다른 것이기에 지나친 비방은 삼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박 씨는 “학내 커뮤니티에서 성소수자를 향한 혐오 발언에 학내 많은 성소수자가 상심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전했다.  이어 박 씨는 “성소수자 혐오 발언을 멈춰달라”고 강조했다.

더 나은 전학대회가 되기 위해선?
성소위의 안건 부결 과정에서 활발한 논의가 이어지지 못했다는 것은 분명 이번 전학대회가 남긴 아쉬운 점이다. 박 씨는 “1학기보다 의미 있는 논의가 이뤄졌지만 기대했던 만큼은 아니라 아쉬웠다”고 말했다. 이에 권 씨는 “기존의 카카오톡 채팅방을 활용한 방식이 아닌 ZOOM이나 블랙보드 등을 이용해 화상으로 진행하는 방식을 검토·논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학대회가 코로나19 상황에서도 활발한 소통의 장이라는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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