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항 속 1년, 길 잃은 강사법
난항 속 1년, 길 잃은 강사법
  • 배준영 기자
  • 승인 2020.09.20
  • 호수 1517
  • 3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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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교육법 개정안(이하 강사법)’이 시행된 지 1년이 흘렀다. 강사법은 법안을 둘러싼 이해 당사자들의 대립으로 법안 시행이 4차례 유예된 바 있다. △방학 중 임금 지급 △임용 기간 안정화 △퇴직금 지급 △4대 보험 가입 의무화를 포함한 강사법에 대해 대학은 재정 부담을, 강사는 대량 해고와 수업의 질 하락 등을 우려했다. 이와 관련한 명확한 해결책이 논의되지 않은 채로 강사법은 시행됐다. 결국, 우려했던 대로 강사법의 취지와 부합하지 않는 문제들이 수면 위로 드러나며 강사법의 실효성을 분석하고, 강사 처우를 재검토할 필요성이 대두됐다. 

교육부 보도자료에 의하면 강사법이 처음 논의된 2010년부터 강사 수는 11만452명에서 강사법 시행 전까지 꾸준히 감소세를 보였다. 이후 강사법이 시행된 첫 해인 2019년의 강사 수는 5만8천28명으로 강사법 시행 전 해 대비 약 22% 감소한 수치이며, 2020년의 강사 수는 6만1천133명으로 지난해 대비 겨우 5.4%p 증가했다. 이는 오래전부터 이미 대학들이 강사 수를 지속적으로 줄여왔으며, 강사법 시행 후에도 획기적인 개선은 이루어지지 못했음을 시사한다.

강사 수 감소가 야기할 파급효과는 곧 학생에까지 미친다. 김진균<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부위원장은 “강사 수는 큰 폭으로 감소해 왔지만, 그러면서도 대학 내 총 강좌 수에는 큰 변화가 없는바, 이는 자연스레 전임 교원들의 초과 강의를 불러일으켰다”고 밝혔다. 이어 김 부위원장은 “전임 교원의 초과 강의는 연구에 지장을 줄 뿐 아니라, 강의의 질 하락으로 이어져 고스란히 학생들의 수업권 침해로 이어졌다”고 평했다. 

강사계에서도 강사법의 실효성에 대해선 냉랭한 반응이다. 익명을 요구한 강사 A씨는 “강사법 시행 이후 크게 달라진 게 있는지 모르겠다”며 “강의료가 소폭 인상된 것 외에 실제 체감 가능한 것이 없다는 게 주변 강사들의 지배적인 의견”이라고 답했다. 실제로 △강사 △대학 △정부가 모여 협의 및 부분 합의 단계를 거쳐 강사법이 처음 발효되던 당시, 완벽히 합의를 마치지 못한 사안에 대해 지속적인 의논을 진행할 것을 약속했다. 그럼에도 해당 사안에 대한 추가 논의는 부재했고, 여러 문제가 드러났다. 대표적으로 ‘강사의 국민건강보험 가입’ 논란이 있는데, 실제로 대부분의 강사들은 국민건강보험의 *지역가입자로 분류돼, 별도의 법적 조처가 뒤따르지 않으면 직장가입자로서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것이 실정이다.

정부 측은 강사법의 후속책 격으로 여러 대책을 내놨지만, 이런 대책들이 강사법의 허점을 해결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정부는 우선 올해 인문사회 분야 학술 지원 사업 신규 과제로 297개를 선정하며 61개 과제를 ‘대학 밖 비전임 연구자’에게 할당했다. 이전까지는 대학에 소속된 비전임 연구자에 한해 연구 활동을 지원한 것과 대비되며 최근 5년 이내 강의 기회를 박탈당한 실직 강사 800명을 따로 선정하는 등 개선 의지를 보였다. 그러나 강사 A씨는 “강사법의 취지이자 해결이 시급한 것은 강사가 안정된 환경에서 강의할 기회가 마련되는 것”이라며 “실직 강사를 위한 후속책은 되려 강사법의 실패를 인정하는 꼴”이라고 밝혔다. 또한, 정부는 다음 해에 실시하는 대학역량진단평가지표(100점 만점)에 강사 고용 안정 지표로서 총 강좌 수(1.5점), 비전임교원 담당 학점 대비 강사 담당 학점 비율(1.5점)을 신설했다. 그러나 김 부위원장은 “할당된 지표 점수가 낮아 큰 의미는 없을 것”이라며 “고등교육의 정상화를 위해 정부는 허울뿐인 대책이 아니라 적극적인 투자와 전향적인 정책 개발에 대한 의지를 보여줘야 할 것”이라고 답했다.

한편 강사 처우 개선의 정량적 지표로 볼 수 있는 임금 문제도 화두다. 지난 6월, 교육부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발표한 ‘2020년 6월 대학정보공시 분석 결과’에 따르면 2020년 1학기 전국 대학 강사의 시간당 평균 강의료는 6만6천원으로 전년 대비 7.5% 상승한 수치지만, 국·공립대와 사립대 간의 강사 평균 강의료 격차는 오히려 더 벌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국·공립대 평균 강사 강의료가 지난해 7만3천900원에서 올해 8만6천200원으로 증가한 데 반해 사립대 평균 강사 강의료는 지난해 5만4천100원에서 올해 5만5천900원으로 증가해 강의료 격차는 1만9천800원에서 3만300원으로 커졌기 때문이다. 김 부위원장은 이와 같은 실태에 대해 “정부가 고등교육의 공공성을 고려해 인건비 부담에 조금이나마 호의적인 태도를 취한데 반해 사립대의 경우 인건비 추가 부담에 대한 의지가 전무하다”며 “강사의 인권과 직결되는 ‘임금 문제’에 대해 약속했던 추후 논의는 진척을 보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즉 자체적인 변화를 추구하지 않는 대학과 미온적인 정부의 태도가 강사 처우 개선에 한계선을 긋는다는 것이다. 

‘강사’라는 등불이 바람 앞에서 지속될 것인지 불확실한 상황 속, 강사의 처우 개선에 놓인 이해 당사자들의 책임감 있는 자세가 무엇보다 요구되는 때이다.


*지역가입자: 직장을 다니지 않는 건강보험료 납부 대상으로, 이와 대비되는 직장가입자와 부과기준·부과율이 달라 일반적으로 부담이 크다.

도움: 김진균<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부위원장
이다빈 수습기자 ldb1491@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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