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시선으로 바라보다 : see 先
기자의 시선으로 바라보다 : see 先
  • 정채은 기자
  • 승인 2020.09.20
  • 호수 1517
  • 4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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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주의 문화테마 ‘동물과 인간’
천만 반려동물 시대에도, 유기동물 사례는 끊이지 않고 있다. 그뿐 아니라 길고양이 학대 논란도 심심찮게 들린다. 금주의 문화테마는 ‘동물과 인간’으로 위기의 반려동물 시대, 동물과 인간이 서로를 위하며 공존하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을 가져보려 한다.

길 위의 동물들에게, 영화 「개와 고양이를 위한 시간」
 


영화 「개와 고양이를 위한 시간」은 다큐멘터리 영화로, 떠돌이 개와 고양이들의 이야기다. 영화는 서울 노원구 불암산 자락의 백사마을을 배경으로 한다. 이곳은 재개발이 돼 곧 사라질 마을로, 다수의 주민이 떠나고 빈집이 많다. 텅 빈 이곳엔 한때 집을 지키다 버려진 개들이 남아 마을 여기저기를 떠돌아다니고 있었다. 더욱이 이 개들은 사람에게 위협을 가하는 들개로 오해받아 기피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영화 제작 당시 서울시와 동물권보호단체인 ‘카라’는 백사마을에 남은 동물들의 개체 수를 조사하고, 이들의 중성화 수술을 진행하며 길 위의 생명을 구조하는 일련의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었다. 이때 백사마을에 설립된 동물들의 임시보호소 ‘동행104’를 통해 구조된 개와 고양이는 새로운 가족을 만나 따뜻한 보금자리를 찾기도 한다.

떠돌이 개와 고양이의 치유 과정을 담은 이 영화의 마지막엔 백사마을 동물들을 위한 음악회 장면이 나온다. 잔잔한 음악에 귀를 쫑긋 세운 개와 느긋한 표정의 고양이에 집중하다 보면 이 마을 동물들의 세계에 비로소 평화가 도래한 것처럼 느껴진다. 또 영화 속 ‘하나의 생명을 살린 것은 버려질 뻔했던 하나의 세계를 살린 것’이라는 구절은 한 생명의 가치가 얼마나 웅장한 것인지 다시금 깨닫게 해준다.

이 영화는 거리 위 동물들의 굴곡진 인생에 온기를 불어넣음으로써 관객까지 ‘치유의 행복’이 무엇인지를 알게 한다. 영화 「개와 고양이를 위한 시간」을 통해 우리 모두 치유의 행복을 느껴보는 건 어떨까.

‘수의사에게 동물이란’, 책 「사연 많은 귀여운 환자들을 돌보고 있습니다」
 


저자인 수의사 ‘김야옹’ 씨는 좀 특이한 사람이다. 그는 그저 동물이 좋아서, 서른 살이 넘어서야 수의대에 들어갔다. 자신의 동물병원이 겨우 적자를 면하는 형편임에도 다치거나 버려진 동물들을 돌본다. 이 책엔 그가 만났던 수많은 동물의 이야기들이 나온다. △사지가 온전하지 못한 상태로 버려져 있던 강아지 ‘밤톨이’ △악성 종양으로 인해 보호자에게 버려진 강아지 ‘쫑이’ △죽을병에 걸린 채로 거리를 돌아다닌 고양이 ‘봉순이’ 등 처음 봤을 땐 모두 생명이 위태로웠다. 하지만, 이 동물들은 단순한 물리적 치료를 넘어선 김야옹 씨의 진심 어린 관심과 보살핌 덕분에 건강한 삶을 되찾게 된다.

그의 활동은 병원에서 동물을 치료하는 것에만 그치지 않는다. 일례로 동물 구조대원들도 구조를 포기했던 하수구에 갇힌 새끼 고양이 이야기가 있다. 김야옹 씨는 손수 쓰레기통과 실내화 주머니로 통발을 제작해 새끼 고양이 구조에 성공한다. 김야옹 씨의 동물 사랑은 병원 안팎에서 실천되고 있다.

수많은 반려동물이 무책임한 누군가로 인해 유기되고 있다. 원래 길에서 살아온 동물이라면 사람의 도움 없이 살아갈 수 있지만, 이미 길들여진 애완동물은 버려지면 스스로 살아남지 못하기에 더욱더 안타깝다. ‘반려동물을 감당할 수 있게 해 주셔서 감사하다.’ 이는 책에 나오는 한 구절로, 김야옹 씨가 한 고양이 보호자에게 들은 감사 인사다. 한 생명을 ‘책임’진다는 것, 이 시대에 반려동물을 기르는 사람이라면 마땅히 가져야 할 마음가짐이 아닐까.
안태연 수습기자 terry0407@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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