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수과목 취지 잃은 ‘한양사회봉사’
필수과목 취지 잃은 ‘한양사회봉사’
  • 조은비 기자
  • 승인 2020.09.06
  • 호수 1516
  • 1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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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학기도 봉사 대신 온라인 강의 
ERICA캠은 교내 봉사 일부 운영
온라인 강의 수강 더러 ‘비대면 봉사활동’ 이라는 사회혁신센터

‘국가나 사회 또는 남을 위해 자신을 돌보지 않고 힘을 바쳐 애쓰는 활동’. 사전에 쓰인 봉사활동의 정의다. 오롯이 타인을 위한 행위라는 이 정의의 깊숙한 곳엔 봉사활동의 가치가 숨어있다. 예를 들어 공익에 이바지하는 것에 스스로 보람을 느낀다거나, 우리 사회를 관류하는 여러 문제들을 피부로 체감하며 성숙해지는 계기 또한 제공하기도 한다. 숱한 봉사활동의 가치를 학생들이 알게 하기 위해 우리 학교에선 ‘한양사회봉사’란 이름의 교과목을 운영하고 있다. 

한양사회봉사는 서울캠퍼스 사회혁신센터와 ERICA캠퍼스 사회봉사단에서 주관하는 봉사활동 교과목이다. 본 과목은 △필수소양교육 수강 △봉사활동 30시간 △학기말 소감문을 제출하는 과정으로 이뤄져 왔다. 이 중 ‘봉사활동 30시간’은 학생들이 어떤 활동을 할지 여러 프로그램 중 선택할 수 있었다. 프로그램은 크게 학교와 공공기관이 협력해 만든 ‘교외 봉사활동’과, 학교에서 자체적으로 마련한 ‘교내 봉사활동’으로 분류할 수 있다. 지난 2009년 한양사회봉사가 양 캠 재학생들의 필수과목으로 지정된 이래 이 같은 운영 방침에 큰 변화가 있은 적이 없었다. 그러나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지난 학기부터 기존 대면 위주의 봉사활동이 불가능해졌다. 

서울캠 사회혁신센터는 지난 학기 도중 봉사활동 30시간을 온라인 강의 30시간 수강으로 대체하기로 했다. 또한 그 결정을 이번 학기에도 유지한다. 연계기관을 방문해야 하는 교외 봉사활동이 불가능한데다, 지난 학기 온라인 강의로 봉사활동을 대체한 것에 학생들의 반응이 나쁘지 않았다는 판단에서다. 사회혁신센터 직원 A씨는 “학생들이 제출한 보고서에 ‘현장에 나가 봉사활동을 하는 것보다 이론적 지식을 습득하기 좋았다’던가, ‘다양한 종류의 봉사활동이 있다는 것을 강의를 통해 알게 됐다’는 내용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봉사활동을 온라인 강의로 대체한 것에 사회혁신센터와 견해가 다른 학생들도 있다. 지난 학기 교내 봉사 프로그램 중 하나인 ‘유학생 한국생활 적응 돕기’를 신청했던 B씨는 “봉사활동을 화상통화로라도 진행할지 논의하던 중 모든 사회봉사 프로그램이 온라인 강의 수강으로 대체되는 바람에 아무 활동도 하지 못했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또 다른 교내 봉사 프로그램인 ‘공업수학2 튜터링’을 신청했던 C씨는 “누군가를 직접 돕는 활동이 아니므로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반면 ERICA캠에선 사회봉사 전체 수강정원 1천50명 중 250명만큼은 직접 봉사활동을 할 수 있다. ERICA캠 교내 봉사 프로그램 중 ‘한양또래튜터링’과 ‘한밀레멘토링’이 진행되기 때문이다. ‘한양또래튜터링’ 운영을 담당하는 ERICA캠 권윤주<교무처 교수학습지원센터> 직원은 “온라인 수업 이후 전공과목 공부가 힘들다는 학생들이 많아져 어느 때보다 필요한 프로그램”이라 밝혔다. 두 프로그램은 모두 블랙보드를 이용해 비대면으로 진행된다. 다만, 나머지 800명의 학생들은 온라인 강의를 수강하는 것으로 사회봉사 과목을 이수하게 됐다. 

서울캠은 교내 봉사 프로그램들마저 진행하지 않는 이유로 형평성을 꼽았다. 사회혁신센터 직원 A씨는 “누구는 온라인 강의를 듣고, 누구는 봉사활동을 한다면 몇몇 학생들이 불만을 갖게 될 것”이라 설명했다. 서울캠 엄태준<공학교육혁신센터> 직원은 “모든 사회봉사가 온라인 강의로 대체되면서 우리가 운영하는 ‘공업수학 튜터링’은 학점 인정이 되지 않아 학생 모집이 어려울 것 같았다”고 전했다. ‘유학생 한국 생활 적응 돕기’ 운영을 담당한 서울캠 국제교육원도 “사회혁신센터의 결정에 따랐다”는 입장이다. 

서울캠 사회혁신센터에선 이번 학기에 학생들이 온라인 강의를 수강하는 것에 ‘비대면 봉사활동’이란 프로그램명을 붙였다. 그러나 학교 밖에서의 ‘비대면 봉사활동’은 우리학교의 것과 사뭇 다르다. 이전의 대면 봉사를 비대면으로 이어가도록 방법을 바꾸거나 비대면으로 할 수 있는 새로운 봉사활동까지도 고안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자원봉사문화에서도 다양한 ‘비대면 봉사활동’ 프로그램을 개발 및 운영해오고 있다. 정희선<한국자원봉사문화> 사무총장은 비대면 봉사활동에 대해 “대면 봉사보다 시간과 비용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어 오히려 좋았다”고 전했다. 또한 정 총장은 “심지어 비대면 봉사활동 지원자 수가 예전 대면 봉사 때보다 3배가 늘었다”고 전했다.

사회혁신센터 직원 A씨는 “현장에 직접 가는 것이 학생들이 봉사활동의 가치를 깨닫는 가장 좋은 방법이기 때문에 코로나19가 종식되면 모든 봉사활동을 예전처럼 할 것”이라 밝혔다. 반면 정 총장은 “현장에서 하는 봉사활동만 그 가치를 느낄 수 있는 게 아니다”라며 “직접 방문하지 않더라도 현장과 밀착되도록 하면 된다”고 말했다. 정 총장은 “가령 지역아동센터에 보낼 물품을 봉사자들이 직접 만들어 전달했더니 그것을 받아본 아이들의 반응을 촬영한 영상이나 아이들이 직접 쓴 편지를 보내왔다”며 “비대면 봉사활동으로 느끼는 바가 대면과 다를 바 없도록 장치를 마련해주면 될 것”이라 설명했다. 또한 정 총장은 “코로나19가 종식되더라도 비대면 봉사활동을 하나의 방법으로 활용하는 것이 어려운 사람들을 도울 저변을 확대시키는 일”이라 덧붙였다.

한양사회봉사가 필수과목으로 지정된 것은 우리 학교 모든 학생들이 봉사활동의 가치를 맛보도록 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봉사활동이 또다시 온라인 강의로 대체되면서 교과목의 본래 취지가 무색해졌다. ‘비대면 봉사활동’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필요한 때다.

도움: 정희선<한국자원봉사문화>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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