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켜주세요! 수족관 속 고래들의 눈물
지켜주세요! 수족관 속 고래들의 눈물
  • 정채은 기자
  • 승인 2020.09.06
  • 호수 1516
  • 4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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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21일, 여수의 한 수족관에서 흰돌고래 ‘루이’가 폐사했다. 하루 지난 22일엔 울산에 위치한 체험관에서 큰돌고래 ‘고아랑’이 목숨을 잃었다. 많은 사람은 고래들을 죽음으로 내몬 국내 수족관 환경에 분노했고, 수족관이 운영하는 고래류 체험 행사에 대한 폐지를 요구하는 청원이 등장하기도 했다. 논란이 커지자, 해양수산부(이하 해수부)는 지난달 18일 보도자료를 통해 ‘수족관 고래류 체험 행사로 인한 학대와 폐사 등의 문제 해결을 위해 돌고래들의 서식환경을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47%에 달하는 돌고래 폐사율
지난 7월 16일, 해수부의 ‘국내 수족관의 돌고래 보유 현황’에 따르면, 최근 10년 동안 돌고래를 보유한 국내 수족관 운영업체 8곳에서 전체 61개 개체 중 47%에 달하는 29개 개체가 폐사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대해 장수진<해양동물생태보전연구소(Marine Animal Research & Conservation)/이화여자대학교 에코크리에이티브협동과정> 연구원은 “국내 수족관에선 고래에게 필수적인 △무리 생활을 통한 사회적 교류 △야생의 다양한 자극 △운동을 할 수 있는 충분한 공간 등이 충족되지도 않을뿐더러 이와 비슷한 수준의 환경을 제공해주기도 어렵다”며 국내 수족관 환경 문제를 지적했다.

좋은 수족관이란 없다
야생 돌고래들에게 국내 수족관 환경은 잔인하기만 하다. 심지어 이런 환경 속에서 몇몇 돌고래들은 비정상적인 행동을 보인다. 김솔<동물자유연대> 활동가는 “비좁은 수족관에 갇힌 돌고래는 같은 자리를 돌거나, 구석에 머리를 박고 가만히 떠 있는 등의 이상 행동을 보이기도 한다”고 말했다. 국내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선 돌고래 사육시설 설치시 3마리 기준으로 수표면 면적을 115㎡로 규정한다. 하지만 동일 기준 수표면 면적을 유럽연합에서 275㎡ 이상으로 규정한 것과 비교한다면 우리나라의 기준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고래들에게 ‘좋은 수족관’이란 없다. 

거제에 있는 한 수족관에선 돌고래 △만지기 △먹이 주기 △타기 △뽀뽀하기 등의 체험이 가능하다. 이 같은 체험에 대해 돌고래들을 학대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거셌다. 김 활동가는 “체험 행사는 고래류에게 심각한 스트레스를 유발한다”며 “수조를 둘러싼 다양한 소리는 소음에 민감한 고래들에게 지속적인 스트레스를 준다”며 우려했다. 

마련될 규제엔…
수족관에서 전시 및 사육되는 고래류의 학대 논란과 복지 미비 등에 대한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해수부에선 부랴부랴 방안 마련에 나섰다. 이에 해수부는 ‘수족관 운영기관과 시민단체가 동참하는 협의체를 구성해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해수부는 ‘「동물원 및 수족관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른 「제1차 수족관 관리 종합계획」을 올해 말까지 수립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여기에는 현행법에 포함되지 않아 계속해서 논란이 되는 △고래류 학대행위에 대한 엄격한 처벌 마련 △수족관 속 고래류 관리 실태 보고의 의무화 △엄격한 수족관 시설 기준 마련 등의 내용이 필수적으로 들어가야 할 것이다. 

수족관 밖에서 고래 만나기 
하지만 종합계획안을 마련해 수족관 환경이 개선된다고 하더라도 전시로 인해 고통받는 고래들이 사라지는 건 아니다. 수족관을 통하지 않고 고래들을 만날 수는 없을까? 먼저, 바다에서 직접 고래들을 만나는 고래 투어가 있다. 고래 투어는 선진국에선 이미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데, 대표적으로 △뉴질랜드 카이코우라 △캘리포니아 채널 제도 △호주 알바니 등이 있다. 그뿐만 아니라 과학 기술을 이용할 수도 있다. 중국의 한 수족관에선 실제 돌고래와 거의 유사한 ‘돌고래 로봇’을 만들어 선보였다. 또한 프랑스에 있는 동물원에선 VR 기술을 활용해 관람객들이 사파리나 바다를 느낄 수 있게 돕고 있다. 이에 대해 김 활동가는 “좁은 수조에 갇혀 비정상적인 삶을 살아가는 고래를 만나는 것보다는 자연에서 살아가는 고래의 모습을 생생한 VR로라도 만나보는 것이 더 윤리적이고 올바른 길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돌고래를 지키기 위해선
많은 동물 보호 단체는 전시된 고래류에 대한 방류나 자연 보호 구역으로의 이주를 주장한다. 실제로 수족관에 갇힌 고래류를 자연으로 다시 돌려보내는 방류는 이 모든 논란에 가장 확실한 해결책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방류를 결정하는 논의 과정에서부터 실제 방류가 이뤄지기까진 오랜 시간과 큰 비용이 든다. 장 연구원은 “방류를 결정하는 데는 다양한 요소들을 생각해야 한다”며 “개체의 △원서식지 △생체 정보 △나이나 건강 상태 정보 △방류 후 자력 생존 가능성 등 모든 요소를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방류가 근본적인 해결책이지만, 이를 실현 가능하도록 만들기 위해선 시민들의 인식 변화도 필수적이다. 많은 사람의 인식 속에 동물의 권리와 복지의 중요성에 대한 논의는 매우 엄중한 사안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여전히 수족관 속 고래를 단순히 재미를 위해 대상화하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이런 사람들의 고래가 처한 현실에 공감하는 태도와 함께, 이 같은 분위기에 발맞추는 정책과 수족관 운영기관의 협조도 매우 절실하다. 가까운 미래엔 수족관에서 나와 야생에서 자유롭게 헤엄치는 고래들을 만날 수 있길 기대해본다. 

도움: 김솔<동물자유연대> 활동가
장수진<해양동물생태보전연구소(Marine Animal Research & Conservation)/이화여자대학교 에코크리에이티브협동과정>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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