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산곶매] 검찰은 주사위를 던졌고, 우리는 루비콘 강을 건너야만 한다
[장산곶매] 검찰은 주사위를 던졌고, 우리는 루비콘 강을 건너야만 한다
  • 이예종 편집국장
  • 승인 2020.09.06
  • 호수 1516
  • 7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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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예종<편집국장>

지난 1일,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이하 중앙지검)은 ‘삼성그룹 불법합병 및 회계 부정 사건 수사 결과’를 알리면서 이재용<삼성전자> 부회장과 핵심 관련자 11인을 기소했다. 중앙지검에 따르면, 이들의 혐의는 ‘자본시장법’상 부정 거래행위와 시세조종, ‘외부감사법’ 위반 등이다.

일각에선 몇 년간 케케묵은 해당 사건을 검찰의 표적 수사 혹은 과잉 수사라는 입장을 표출하기도 한다. 심지어 정권이 변하면서 괜스레 이 부회장을 문제삼고 괴롭힌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분명 적지 않은 이들이 이 부회장에 대한 검찰 수사를 반대하고 있다. 150명 이상 학계, 법조계, 언론계 등 인사로 구성되는 검찰수사심의위원회가 이 부회장에 대해서 ‘불기소’를 권고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검찰수사심의위원회의 권고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어겨진 적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중앙지검의 이 부회장에 대한 기소는 전례를 정면으로 거스르는 행위로 볼 수 있다. 무엇이 중앙지검을 이렇게 움직인 것일까.

지난 2015년, ‘제일모직의 삼성물산 합병’을 기억하는가. 국민연금이 막대한 손해를 입어가면서까지 본 합병에 동의한 것이 밝혀지면서 한동안 시끄러웠던 적이 있다. 본 합병의 이면을 도화선으로 ‘삼성바이오로직스(이하 삼바) 분식회계’ 사태가 드러났다. 사태를 간단히 설명하면, 이 부회장이 삼성전자를 지배하기 위해선 삼성전자 주식을 대량 보유하고 있는 기업을 지배하면 된다. 당시 그 조건에 맞는 회사는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이었는데, 이 부회장은 제일모직만을 ‘지배’하고 있었다. 

이 상황에서 합병이 진행되면, 자신이 지배하는 기업 가치가 클수록 합병한 기업에 대한 지배권도 강해진다. 따라서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과정에서 제일모직의 기업가치가 높아야 이 부회장은 삼성전자에 대한 강력한 지배권을 가져갈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제일모직의 기업가치는 자회사의 크기로도 높아질 수 있다. 

중앙지검이 주장하는 바는, 이 합병을 위해 제일모직의 기업가치를 부풀리려 제일모직의 자회사인 삼성 바이오로직스, 이른바 ‘삼바’는 삼바의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를 통해 분식회계를 저질렀다는 것이 첫 번째다. 그리고 이 분식회계에 이 부회장이 직접적으로 관여했다는 것이 두 번째다. 중앙지검은 이를 확신한 채 자본시장법 과 외부감사법 위반을 주장하고 있다.

자본시장법과 외부감사법은 시장경제체제에서 기업의 도덕적 해이를 막을 수 있는 최후의 보루다. 기업가치를 결정하는 모든 절차와 이를 확인하는 외부감사가 투명해야만 시장의 참여자들이 신뢰를 기반으로 투자활동을 이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분식회계는 이를 근본적으로 무너뜨린다. 그렇기 때문에 분식회계를 한순간의 일탈이라 표현할 수 없는 것이다. 이는 다른 공으로 면죄부를 받을 수 있는 범죄가 아니다.

지난해 11월, 이 부회장은 삼성가(家)의 가훈 ‘사업보국’을 외쳤다. 사업으로 국가에 보답하겠다고 말이다. 그렇다. 삼성이 우리나라에 미치는 영향력은 쉬이 측량하기 어렵다. 삼성이 직접 고용하고 있는 인력부터, 자회사나 관련 기업 혹은 하청업체까지 거미줄처럼 파생하는 간접 고용 인력을 합치면 가히 세기 어려울 것이다. 삼성은 ‘국민의 브랜드’라는 왕좌에 자리를 비켜준 적이 없다. 최근 이 부회장의 삼성이 보여준 행보 역시 무시하긴 어렵다. 일본의 수출규제에 대항하는 첨병이었고, 고용상황이 어려울 때 몸을 사리지 않은 선봉장이었다. 그래서인지 일각에선 법원을 향해 이 부회장이 쌓아 올린 공을 참작하길 바란다고 말한다. 

하지만 공과 사는 구분할 수 있어야 한다. 이 부회장의 분식회계 혐의가 인정된다면, 우리는 이 부회장의 공을 이유로 그에게 면죄부를 주어선 안된다. 법 앞에 모든 사람은 평등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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