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려 속 첨단학과 모집인원 증원, 우리 학교 실태는?
우려 속 첨단학과 모집인원 증원, 우리 학교 실태는?
  • 배준영 기자
  • 승인 2020.09.06
  • 호수 1516
  • 2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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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학교, 첨단분야 인재 양성을 위한 준비에 박차
첨단학과 입학 정원 마련에 따른 일반편입학 정원 대거 감축
‘*제로섬 게임’ 우려 속 불확실한 전망…

지난해 11월 정부는 급변하는 사회의 흐름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대학 내 첨단학과를 신설·증원할 의지를 보였다. 그리고 지난 4월, 정부는 위와 같은 목적에 따라 ‘고등교육법시행령’과 ‘대학설립운영규정’ 내 법령 개정을 시행했다. 이로써 △대학 내 결손 인원 활용 △지역 국립대 증원 △편입학 여석 활용 등의 방식을 통해 2021학년도 첨단분야 학생정원이 약 9천 명 수준으로 결정됐다.

첨단학과 육성을 위한 우리 학교의 모습은
우리 학교의 경우 지난 4월 23일 진행된 제4차 대학평의원회(이하 대평)에서 첨단학과 관련 정원 조정에 관한 학칙 개정이 심의 가결됐다. 이에 따라 서울캠퍼스는 △데이터사이언스학과 △심리뇌과학과 △융합전자공학부 △컴퓨터소프트웨어학부에 총 86석 모집인원 증원을 위해 오는 2021년 일반편입학 모집인원 감축을 의결했다. 이 결과로 기존 일반편입학 모집 대상 207석 중 172석이 감축됐다. 이는 개정된 규정에 따라 첨단학과 정원 수의 두배를 일반편입학 정원에서 감축하는 조건으로 첨단학과 신설·증원 시 필요한 정원 수를 마련할 수 있도록 한 정부의 방침에 우리 학교가 따른 것이다.

학칙개정은 일사천리, 이후 대책은?
서울캠 편입학 모집인원 감축은 ‘미래 첨단 분야 인재양성 추진’이라는 목적에 따라 이뤄졌지만, 본 사안은 현재로서 마냥 긍정적으로만 바라보긴 어렵다. 편입학 인원을 첨단학과 모집인원으로 전환하게 될 시에 편입생을 모집하는 기존 학과의 부실화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만약 우리 학교로의 편입학 인원이 감소하거나 사라진다면 3·4학년 학생이 충원되지 않고, 강의시수를 채우지 못하는 교원들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지난 제4차 대평 회의 참석 의원의 의견이었다. 이는 자연스레 폐강되는 강의 수의 증가로 이어질 것이며, 궁극적으로 학생들이 다양한 강의를 수강할 권리를 박탈당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이어 해당 의원은 매년 약학전문대학으로의 편입 수요가 높았던 자연대와 같이 편입학으로 충당되는 정원에 의존도가 높았던 일부 학과의 경우 그 문제는 심화될 것으로 보았다. 물론 약학전문대학으로의 편입 제도는 오는 2022학년도부터 변화된 입시제도에 따라 폐지될 예정이므로 후에 지속될 문제는 아니지만, 학생의 학습권 보장을 위해 위와 같은 문제에 대한 대안은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 그의 입장이었다.

이에 대해 서울캠 교무처장 최진우<사회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중도 포기 학생의 숫자를 고려해 편입학 TO 배정을 유동적으로 조정하는 등의 방법으로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동시에 최 처장은 “자연대가 처한 상황 역시 약학전문대학으로의 편입 제도가 폐지된 이후 다시 정상을 찾을 것이며 현재로서 정원 조정에 따라 우려되는 바는 크게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편입학 TO 배정에 대한 기준이 모호하고, 배정할 수 있는 인원이 전에 비해 크게 줄어들었으며 학기별로 발생하는 결손 인원을 연 단위로 뽑는 편입학 정원으로 보완 가능 여부가 불확실하다는 점에서 이가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첨단학과 육성에 쏟아지는 과투자 우려
한편 첨단학과와 비첨단학과 간의 형평성 문제 역시 존재한다. 데이터사이언스학과와 뇌심리학과의 경우 타 학과의 정원을 감축해 신설된 것인데 편입학 여석을 활용한 입학정원 증원의 대상까지 되는 것은 ‘이중 수혜’의 성격을 띠게 돼 비첨단학과와의 형평성 측면에서 어긋나는 것이다. 이에 실제로 연세대는 첨단학과를 정원 외 전형인 계약학과로 신설·증원했으며 성균관대는 편입학 정원 조정 없이 기존학과 입학 정원 조정만을 통해 첨단학과를 신설·증원하는 등 우리 학교와는 대비되는 모습을 보였다.

또한, 지난 제4차 대평 회의 당시 “신설된 학과이므로 해당 학과가 첨단기술 인재 양성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근거가 없는 상황에서 호의적인 태도로 인원을 배치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며 “아직 보여준 것이 아무것도 없는 신설 학과에 추가로 지원을 해주는 것에 대해선 이해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존재했다. 이에 대해 최 처장은 “학과 간 형평성을 논하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보기 어렵다”며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은 시대의 요구에 응해 우리 학교와 해당 학과를 거쳐 사회로 진출할 학생의 ‘가치’”라고 일축했다.

거스르기 어려운 흐름임에는 분명하지만…
익명을 요구한 우리 학교로의 편입 준비생 A씨는 해당 사안에 대해 “변화하는 현실에 맞게 대학도 적응하며 성장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답하는 한편 “그럼에도 일반편입학 정원을 축소하는 것이 최선의 방책이었는가에 대해선 의문”이라고 답했다. 이같은 우리 학교의 학칙 개정에 대해 최 처장은 “편입학 정원 조정은 정부가 마련한 방책에 따라 문제없이 이루어졌다”며 “학칙 개정을 준비하며 이해관계를 맺는 학내 여러 부처 관계자와의 충분한 논의가 있었다”고 덧붙였다.

한편 본지 1492호 기사 ‘학과 정원 감축, 예견된 갈등’과 본지 1501호 기사 ‘학생 없는 공(空)청회, 총학은 보이콧’에서 해당 학과 정원 확보를 위해 총 30개 학과에서 40명의 정원 감축안이 통과된 사실을 조명한 바 있다. 당시 일방적인 정원감축 대상 결정 및 학교와 학생 간 소통 부재 등의 문제가 심화되며 큰 갈등을 빚었다. 그리고 해당 사안에 대한 학교 측의 태도는 다시 한번 되풀이되며 정원 감축에 대한 ‘논의’가 아닌 ‘통보’는 이어졌다.

서울캠 일반편입학 정원이 대폭 감소된 현시점, 우리 학교는 2021학년도 신·편입생 모집에 나섰다. 시대의 흐름에 편승하며 우리 학교가 긍정적인 발전을 이룩하기 위해선 그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를 인식하고,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학내 구성원 간 원활한 소통을 통해 선제 돼야 할 것이다. 다가올 미래에 귀추가 주목된다.


*제로섬 게임: 한쪽의 이득과 다른 쪽의 손실을 더하면 제로(0)가 되는 게임을 일컫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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