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불확실성의 시대, 기상청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기후 불확실성의 시대, 기상청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 황하경 기자
  • 승인 2020.08.28
  • 호수 1515
  • 5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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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곳곳에서 이상기후들이 나타나고 있다. 우리나라에선 올해 49일이라는 역대 최장기간 장마와 집중호우가 이어지면서, 수많은 재산·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일본과 중국도 마찬가지로 폭우 피해에 몸살을 앓았다. 우리나라의 반대편에 있는 미국 캘리포니아 남부는 40도 넘는 폭염이 이어지면서 지난 14일, 대형 산불이 발생했고 불길은 진압되지 못한 채 확산 중이다. 이처럼 날씨는 우리의 생명과 직결되기에 기상 예보의 중요성이 커졌고, 이에 따라 기상청의 역할은 날로 중요해지고 있다.

날씨는 어떻게 예측하는 걸까?
기상 예보 과정은 △관측자료 수집 △수치 모델링 △예보관 분석 △예보 순으로 진행된다. 첫 번째 단계인 관측자료 수집은 예보에 있어서 가장 기초적인 단계다. 이 단계에선 기상요소인 △강수량 △기압 △습도 △풍향 등을 바탕으로 대기와 해양의 상태를 △땅 △바다 △우주 △하늘에서 입체적으로 관측한다. 윤기한<기상청 대변인실> 통보관은 “기상전문인공위성인 천리안 2A호로 우리나라 주변 기상 상황을 2분 간격으로 찍어서 현재 날씨 상태를 알 수 있다”며 “기상레이더를 통해선 강수량을, 윈드 프로파일러를 통해선 상층의 바람 상태를 알아낸다”고 말했다. 이처럼 현재 기상청에선 다양한 관측기구를 통해 기상 상태를 면밀히 관측하려고 노력 중이다.

이렇게 지구의 기상을 관측한 방대한 양의 자료들은 곧바로 기상청으로 전송되며 수치 모델링의 기초 자료가 된다. 이 자료들을 단시간에 정확하게 분석하는 것이 일반 컴퓨터로는 불가능하기에 바로 여기서 ‘슈퍼컴퓨터’가 활용된다. 기상청에서는 슈퍼컴퓨터를 통해 기상을 예보할 수 있는 모델을 구동해 수집된 관측 자료를 연산한 후 기상 예측값을 구한다. 여기서 활용되는 모델을 수치예보모델이라 부르며, 지구를 4만여 개의 격자로 나누고 격자점마다 다양한 기상요소들을 분석하고 예측해준다. 윤 통보관은 “자연의 거대한 흐름을 파악하기 위해 슈퍼컴퓨터는 꼭 필요한 존재”라면서도 “기술적 한계로 인해 계산된 결과에 오차가 존재하기 때문에 예측값을 근거로 자신의 지식과 경험을 활용해 날씨를 예측하는 예보관의 능력이 매우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윤 통보관은 “△관측 △수치 모델링 △예보관의 역량이라는 세 가지 요소가 균형 있게 어우러져야 정확한 기상 예보가 만들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위와 같은 과정을 통해 우리는 날씨를 미리 알고 위험에 대비할 수 있게 된다.

기상청의 예보가 빗나가는 원인은?
최근 기상청의 기상 예보가 자주 빗나가면서 기상청에 대한 불신이 커졌고 그 결과 많은 국민이 노르웨이 등 다른 나라 기상청을 통해 우리나라 기상 예보를 보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지고 있다. 기상청의 예보가 빗나가는 원인은 무엇일까.

첫째는 기상청의 미흡한 기술력 때문이다. 기상청은 예보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지난 4월, 앞서 언급된 수치예보모델의 한 종류인 한국형수치예보모델을 도입했다. 기존에는 영국모델을 차용했지만 우리나라의 지형 및 기상 특성이 영국과 다른 점을 고려해 더 정밀한 예측값을 만들어 내고자 독자 기술로 수치예보모델을 만든 것이다. 하지만 최근 기상 예보가 빗나가는 일이 잦아지며 기상청의 예보 정확도가 나아졌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 실제로 기상청이 지난 5월 ‘올여름 기상 전망’에서 예측한 기온과 강수량이 모두 빗나갔다. 지난 10년간 기상청은 한국형수치예보모델을 개발하기 위해 약 780억 원을 들였다. 막대한 금액을 들여 우리나라 기후에 최적화된 수치예보모델을 개발했으나 제대로 효과를 보지 못하면서 기상청은 국민의 비판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게 됐다.

자연 현상을 관측하는 기술적 한계도 있지만 둘째로 지구온난화로 인한 이상기후 때문에 정확한 예보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올해 유독 긴 장마와 역대급 폭우의 원인도 이상기후 때문이라는 것이다. 특히 이번 장마의 경우, 북극과 동시베리아 쪽에 이상고온 현상이 지속되면서 따뜻한 공기덩어리가 크게 발달했고 이것이 연쇄반응을 일으켜 우리나라에도 직접적으로 영향을 줬다. 일반적으로 장마는 북태평양 고기압과 대륙 고기압 사이의 힘겨루기에 의해 발달하는 비구름대다. 하지만 이번에 북극에서 발생한 따뜻한 공기덩어리가 대기 흐름을 막아 대륙 고기압이 올라가지 못하면서 우리나라 상공에 비구름대가 정체됐고 역대 최장기간 장마라는 결과를 낳았다.

예보 정확성을 높이기 위한 해결책은 ?
기후변화가 빠르고 다양하게 나타나면서 기상 예측에 영향을 주는 변수가 많아지고 있다. 그렇기에 기상청은 국민의 생명과 재산 보호를 위해 날씨 예측의 기술력을 높여야만 하는 과제에 당면했다. 이에 관해 윤 통보관은 “한국형수치예보모델은 최근에 도입됐기 때문에 앞으로 자료를 연구하고 발전시킨다면 예보의 정확성이 개선될 것”이라면서도 “날씨는 자연현상이기에 현재의 기술로썬 오차가 발생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이어 윤 통보관은 “현재 날씨 상태를 자세히 표현할 수 있는 기술력을 갖춰 나가는 것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기상청은 2000년부터 기상업무 전용의 슈퍼컴퓨터 1호기 도입을 시작으로 현재는 슈퍼컴퓨터 4호기까지 도입했고 내년 말까지 슈퍼컴퓨터 5호기 구축을 계획 중이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이 기상청의 입장이다. 윤 통보관은 “슈퍼컴퓨터는 방대한 양의 관측 자료를 계산하기에 슈퍼컴퓨터의 데이터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며 “데이터가 계속 쌓이기 때문에 더 많은 슈퍼컴퓨터의 보급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윤 통보관은 “보급뿐만 아니라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순식간에 처리하기 위해선 슈퍼컴퓨터의 성능 개발도  지속적으로 병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앞서 말한 것처럼 일기예보의 최종 결정은 예보관의 몫이기에 전문 인력도 충원될 필요가 있다. 기후변화가 빠르게 나타나고 있는 만큼 기상청은 기후변화 전문가를 양성해야 하며 국가는 장기적이면서도 적극적으로 연구를 지원해야 한다. 현재 기상청 내 기후과학국에선 기후변화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며 이상기후에 대응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기후변화에 대해 면밀하게 분석할 인력이 부족한 상황이다. 윤 통보관은 “이상기후는 새로운 형태로 많이 나타나기에 첨단기기가 잡아내지 못하는 오차가 발생할 수 있다”며 “기계를 완전히 신뢰할 수 없기에 이상기후를 미리 감지해낼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인재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예상욱<과기대 해양융합공학과> 교수는 “현재 인류는 급격한 기후변화를 경험하고 있고 날씨를 지배하는 다양한 물리 과정이나 역학과정들이 예전에 알고 있는 경험적 사실에서 벗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예 교수는 “급격한 환경 변화에 따른 다양한 물리현상을 이해하고 분석하며 정확하게 예측하는 데에 국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기후변화가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것이 현실이 됐다. 기상청은 △현재 날씨 상태를 자세히 분석할 수 있는 기술력을 발전시키고 △예보의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해야 하며 △기후변화 연구를 위한 국가의 지원 역시 절실한 시점이다.

도움: 윤기한<기상청 대변인실> 통보관
예상욱<과기대 해양융합공학과> 교수
자료 제공: 기상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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