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인플루언서 ‘뒷광고’
[칼럼] 인플루언서 ‘뒷광고’
  • 이해수<한양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박사수료
  • 승인 2020.08.28
  • 호수 1515
  • 7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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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해수<한양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박사수료

“죄송합니다...”, “은퇴하겠습니다...” 최근 유튜브(Youtube)에 ‘사과 영상 챌린지’를 방불케 할 정도로 사과 영상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일부 인플루언서(Influencer)들이 협찬을 받고도 사람들에게 이 내용을 명확하게 밝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재 한국의 인터넷 세계에서는 이른바 ‘뒷광고’ 논란이 뜨겁다.

그 시작은 유명 패션 스타일리스트 한혜연과 가수 강민경이었다. 한혜연은 본인의 유튜브 채널인 ‘슈스스TV’에 ‘내돈내산(내 돈 주고 내가 산 물건)’을 콘셉트로 구독자들에게 제품을 추천하는 콘텐츠를 기획했다. 강민경도 유튜브 채널에서 특정 브랜드 제품을 본인이 애용하는 소장품으로 소개했다. 

그러나 이들이 소개한 제품은 협찬 등 금전적 이익을 받고 제작한 이른바 ‘뒷광고’로 밝혀졌다. 이러한 논란에 한혜연과 강민경은 “혼란을 드린 점에 대해 죄송하다”, “앞으로는 PPL(Product Placement)에 대해 명확한 표기를 하겠다”, “앞으로 더욱 주의하여 신중을 가하겠다” 등의 내용으로 사과했다. 

공인이라 할 수 있는 연예인의 뒷광고 논란도 문제가 되었지만 이를 시작으로 줄줄이 이어진 인플루언서들의 뒷광고 논란도 훨씬 거센 양상을 띄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도티 △문복희 △보겸 △양팡 △쯔양  등 수백만 의 구독자를 보유한 채널에서 자행된 소비자 기만적 광고가 수면 위로 드러나면서 관련 사과 영상이 쏟아지고 있다. 그러나 해명에도 불구하고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 사람들의 분노는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인플루언서에 대한 사람들의 믿음과 신뢰는 이들의 관계에 기인한다. 인플루언서는 불특정 다수가 아니라 자신에게 관심과 호감을 가진 팔로워(Follower)에게 메시지를 전달한다. 팔로워는 인플루언서와 지속적으로 소통하여 그를 내 주변에 있는 친구처럼 편안하고 가깝게 느끼며, 진심으로 믿고 따르게 된다.

그러나 오랜 시간에 걸쳐 형성된 친밀감과 신뢰는 ‘뒷광고’ 논란과 같은 특정 상황에서 인플루언서에 대한 강력한 반발로 이어질 수 있다. 믿었던 사람에게 배신당한 아픔은 더 큰 법이기 때문이다. 팔로워는 좋아하고 신뢰하던 인플루언서가 협찬이 아닌 ‘척’하며 상업적 목적으로 나를 속였다고 느끼게 되면 실망을 넘어 배신감을 경험한다.

‘뒷광고’임을 들키게 되면 팔로워와의 믿음과 신뢰 관계를 해칠지 모른다는 것을 인지하면서도 인플루언서가 사람들을 기만하는 ‘뒷광고’를 하는 이유는 기업과의 ‘윈윈(Win-Win)’ 전략 때문이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광고라고 밝히지 않는 경우에 광고효과가 더 좋기 때문에 ‘뒷광고’를 선호하게 되는 것이고, 인플루언서의 입장에서는 지나친 광고 노출로 채널 이미지에 상업적이라는 인상을 주지 않기 위해서 ‘뒷광고’를 하게 되는 것이다.

기업과 인플루언서의 이 같은 기만 행각에 여론이 들끓자,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6월 광고 표기 방법을 담은 ‘추천·보증 등에 관한 표시·광고 심사 지침’ 개정안을 오는 9월 1일부터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유튜브 등 동영상을 활용한 추천·보증은 표시 문구가 명확히 구분되도록 게시물 제목 또는 영상의 시작 부분과 끝 부분에 삽입하고 방송의 일부만을 시청하는 소비자도 자신이 시청하는 유튜브 채널과 기업 간 경제적 이해관계를 쉽게 인식할 수 있도록 영상 속에서 반복적으로 광고를 표시해야 한다.

그러나 법적 규제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인플루언서의 도덕적·사회적 책임 의식이다. 성장의 발판이 된 팔로워의 지지와 신뢰가 언제든지 지속될 것이라는 믿음은 안일한 생각이다. 모든 인플루언서들은 명심해야 한다. 신뢰를 쌓기는 어렵지만, 무너지는 건 한순간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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