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우계의 주인공. 성우 홍시호
성우계의 주인공. 성우 홍시호
  • 박용진 기자
  • 승인 2020.06.08
  • 호수 1514
  • 8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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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시호 성우

애니메이션 「슬램덩크」의 주인공 ‘강백호’ 역할로 우리에게 익숙한 목소리가 있다. 강백호를 연기한 목소리의 주인공, 바로 홍시호 성우다. 본교 연극영화과 출신인 그는, KBS 공채 성우로 뽑힌 후 2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성우로 활동하고 있다. “성우로서 할 수 있는 모든 배역은 거의 다 경험해 봤다”라는 홍 동문의 말처럼, 그는 20년의 성우 인생 동안 다양한 배역을 맡아 성우계를 섭렵했다. 더 나아가 지금은 성우 관련 유튜브 채널도 운영하며 성우라는 직업을 알리는 데 앞장서고 있는 그의 끝나지 않은 성우 인생으로 들어가 보자.

 

꿈 많던 그의 학창시절
꿈이 없어서,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 몰라서 고민인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그는 달랐다. 그는 어릴 적 꿈이 너무 많았다. 개그맨, 복싱 선수까지 그가 학창 시절 품었던 꿈은 분야를 가리지 않고 다양했다.  그 중 중학생 시절 소설가가 되고 싶었던 그는 글쓰기 실력을 평가받기 위해 MBC에서 주관한 코미디 대본 응모 대회에 지원하기도 했다. 그러나 예선 탈락을 하면서 소설가라는 꿈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되는 계기가 됐다. 

꿈이 많던 그는 학창 시절 공부도 곧 잘 하던 학생이었다. 그런 그에게도 대학 진학을 앞두고 고민이 생긴다. 지방 국립대를 추천 하는 담임 선생님의 뜻과 달리, 그는 서울에서 대학 생활을 하고 싶다는 환상이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서울 생활이라는 로망을 이루기 위해 본인이 안정적으로 입학할 수 있는 본교 연극영화과에 지원해 합격한다.

개그맨이 아닌 성우가 되다
대학 재학 중에도 개그맨이라는 꿈을 가지고 있던 그는, 3학년 때 KBS 개그맨 공채 시험에 지원한다. 개그맨은 그가 어릴 적부터 그려온 꿈이기에 자신이 있었다. 그러나 그는 최종에서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하고 탈락의 고배를 마신다.

개그맨 공채 시험 탈락 후 방황의 시기를 보내던 그는, 주변의 권유로 성우 공채 시험에 지원하게 된다. 그렇게 지원하게 된 성우 공채 시험에서 얼떨결에 합격한 그는, KBS 성우 공채 20기로 본격적인 성우 활동을 시작하게 된다. “사실 성우는 정말 우연히 시작한 일이에요. 연극영화과를 다니며 개그맨을 꿈꾸고 있었기 때문에, 사실 성우라는 직업에 만족할 수 없었어요. 그래도 이왕 합격한 거 열심히 해보자는 마음가짐으로 첫 출근을 했던 게 벌써 20년도 더 된 일이네요.”

그러나 순탄했던 합격 과정과는 달리, 성우 활동은 쉽지 않았다. 그의 연기는 성우가 해야 하는 목소리 연기보다는 배우들이 무대 위에서 하는 무대 연기에 가까웠기 때문이다. 또한 배역 특성에 맞는 연기가 아닌 모든 역할을 연기함에 있어 ‘주인공스러웠던’ 그의 연기도 그의 활동을 어렵게 한 요인 중 하나였다. “원래 성우를 준비하던 사람이 아니라는 게 바로 티가 난 것 같아요.
연극에서 하는 무대 연기와 성우가 하는 연기는 매우 다른데, 당시 저는 성우임에도 무대에서 하는 연기에 익숙했던 사람이거든요. 또 주인공과 조연의 연기는 분명히 달라야 하는데, 성우 활동 초창기 저는 어떤 배역이든 주인공 연기를 했었어요. 그러다 보니 저를 찾는 제작자가 없었죠. 배역도 안 들어오고, 일도 없고 하다 보니 자신감도 많이 떨어지고 자괴감도 많이 들었던 것 같아요.”

자신을 원하는 제작자가 없어서 고민의 날을 보내던 그에게 우연히 기회가 찾아온다. 주인공 연기에 적합했던 그에게 주인공 역할을 맡긴 제작자가 등장한 것이다. “제가 한창 힘든 시기에 주인공 역할을 맡겨보고 싶다는 제작자가 찾아왔어요. 나에게 맞는 옷을 입고 연기를 해서 그런지 그때부터 주변의 반응도 좋아지기 시작했죠. 이후로 하나하나 맡은 배역을 충실히 해 나가다 보니 어느 순간 성우라는 직업에 눈도 뜨고 실력도 확 늘었던 것 같아요.” 

그에게 맞는 옷을 입은 그는 그 이후로 승승장구 해 지금까지 150여 개 이상의 배역을 맡아서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이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배역으로 그는 애니메이션 「슬램덩크」의 주인공인 ‘강백호’역을 뽑았다. “성우라는 직업은 목소리만으로 자신에게 주어진 배역을 관객들에게 전달해야 하기 때문에, 짧은 시간 동안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해요. 그래서 그런지 강백호 역할을 연기할 때 정말 힘들었어요. 강백호라는 캐릭터 자체가 열정이 넘치는 캐릭터다 보니 그 캐릭터의 특징을 살려서 연기하려고 더 많이 노력했던 것 같아요. 당시엔 정말 힘들었지만, 힘들었던 만큼 지금까지도 팬들이 기억해주고 가장 사랑해주는 캐릭터여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 같네요.”

그동안의 성우 인생을 바탕으로 홍 성우는 성우를 꿈꾸는 후배들에게 격려의 말도 전했다. “목소리만 좋다고 해서 성우가 될 수 없어요. 짧은 시간 안에 나에게 주어진 배역을 소화하기 위해선 주어진 대사와 대본을 완벽히 이해할 수 있는 독해력이 필요해요. 그렇기에, 성우를 꿈꾸고 있는 후배들이 목소리뿐만 아니라 그 배역을 이해하는 능력도 같이 길렀으면 해요.”

성우 인생 제2막
2년 전, 그는 성우 관련 유튜브 채널 ‘홍쇼’를 개설하면서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유튜브 채널을 시작한 이유를 묻자 그는 “성우란 직업을 알리고,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성우들을 초대해 소개하는 등, 성우들이 활동 할 수 있는 영역을 넓혀가고자 유튜브 채널을 시작했어요”라고 답했다. 또한 그는 장래에 성우를 꿈꾸는 학생들을 위해 자신의 사무실에서 성우 수업도 진행하고 있다. “성우들이 활동할 수 있는 시장이 과거에 비해 많이 축소됐다고 느껴요. 그래서 앞으로 후배들이 활동하는 데 도움이 되고자 후배 양성과 더불어 유튜브 채널은 계속 이어나갈 것 같아요.”
다시 태어나도 성우를 할 것 같다는 홍 성우. 그만큼 20년 넘게 자신이 가져온 성우라는 직업에 대한 자부심이 느껴졌다. 앞으로도 작품뿐만 아니라 곳곳에서 등장할 그의 목소리를 기대해 보자.
 

20년이 넘는 성우 활동 중, 그가 맡은 대부분의 배역은 주인공이었다. 주인공이 자신의 길이라고 말하는 그는, 자신을 주인공 해야만 하는 팔자라며 ‘주인공 환자’라고 말했다.

박용진 기자 joseph21@hanyang.ac.kr
사진 맹양섭 수습기자 yang624580@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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