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물류업계의 탐욕이 부른 집단감염
[사설] 물류업계의 탐욕이 부른 집단감염
  • 한대신문
  • 승인 2020.06.01
  • 호수 1513
  • 7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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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재확산 추세가 심상치 않다. 감염 양상이 4월 초 이전으로 돌아간 듯 무서운 확산세를 보이기 때문이다. 이태원 클럽과 인천 학원 강사 발 전파에 이어 이번엔 물류센터가 근원지가 됐다. 이번엔 물류센터 발 ‘n차 감염’이 시작되는 건 아닌지 우려된다.

특히 이번 집단감염의 진원이 온라인 쇼핑 업체라는 점에서 충격이 크다. 쿠팡과 같은 온라인 쇼핑 업체들은 코로나19로 급증한 택배물량을 안정적으로 소화하면서 소비자들에게 주요 생활물품의 공급처로 기능해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작 물류센터 작업현장은 방역수칙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단시간에 집중적인 노동이 이뤄지면서 폭발적으로 감염이 늘었다.

최근 쿠팡 물류센터를 중심으로 나타난 무더기 확진자로 인해 쿠팡 측은 뭇매를 맞고 있다. 언론매체를 통해 드러난 쿠팡 물류센터 직원들의 증언에 따르면, 이번 쿠팡 물류센터 집단감염 사태는 안이한 작업현장 관리가 초래한 결과다. 다른 곳에서는 감염 예방을 위해 노력을 할 때 물류센터 내에서는 어떠한 사회적 거리두기도 없었다고 한다. 매일 수천 명이 일하는 곳이지만 △밀접한 공간에서의 식사 △부족한 엘리베이터 수 △회사 제공 방한복 공유 등 작업환경은 감염에 매우 취약했다. 이런 환경에도 불구하고 쿠팡 물류센터는 업무를 강행했다. 심지어 방역 당국에 따르면 지난달 24일 오전, 직원 중 코로나19 확진자를 파악했지만 오후조 직원들에게 이를 공지하지 않고 출근하도록 했다.

쿠팡의 허술한 관리체제와 더불어 미흡한 사후 대응도 피해를 더 키웠다. 쿠팡은 뒤늦게 확진자 발생 사실을 알리면서도 자가 격리 선별 기준을 별도로 공지하지도 않았다. 또한 쿠팡은 직원들의 확진자 동선 공개 요구에 응답하기는커녕 직원들에게 당일 저녁에야 일방적으로 센터 폐쇄 통보를 내렸다. 위와 같은 쿠팡 물류센터의 안이한 대처가 아니었다면 집단감염이 재연되는 것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쿠팡 측에게 코로나19로 인해 폭발적으로 증가한 비대면 소비는 어디까지나 사업 확장의 기회, 소위 ‘물 들어올 때’였다. 쿠팡은 늘어난 일을 처리하고 업계 주도권 선점에만 박차를 가할 뿐이었다. 쿠팡 측은 확진자가 나온 뒤에도 물류센터 가동을 중단하기는커녕 폐쇄하기 전날까지 출근할 수 있는 근무자를 찾았다. 여기서 경영진의 관심사가 어디에 있었는지 여실히 드러난다. 작업장 방역 등의 사전 예방과 사후 대처까지 모든 과정에서 주의를 기울인 흔적은 도무지 찾을 수 없었다. 

역설적으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심화될수록 작업현장 내에서는 더 많은 인원이 비좁은 곳에서 더 분주하게 일했다. 물류센터는 끊임없이 정부와 협조해 접촉자를 찾아내는 등의 사후 대처를 해야한다. 하지만 사후 대처보다 더 중요한 것은 물류센터와 같은 사회집단의 사전 예방이다. 사전 예방이 없을 시엔 똑같은 일이 대규모 집단 어디에서든 반복될 수 있기 때문이다. 쿠팡의 집단감염은 수천 명의 직원을 보유한 기업이 방역관리에 소홀하면 사회 전체가 감당해야 할 고통이 엄청나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많은 인원이 모이는 사업장일수록 집단감염을 차단하기 위해 방역수칙을 철저히 지켜야 한다. 그것이 기업의 책임을 다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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