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가정의 달, 통일을 바라본다
[칼럼]가정의 달, 통일을 바라본다
  • 김천웅<사회대 미디어 커뮤니 케이션학과> 박사과정 수료
  • 승인 2020.05.24
  • 호수 1512
  • 7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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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천웅<사회대 미디어 커뮤니 케이션학과> 박사과정 수료

 

5월은 한국에서 가정의 달로 불린다. 한 가족 내에서의 △부부의 날 △어린이 날 △어버이 날부터 더 넓게는 인종, 민족의 경계를 아우르는 세계인의 날까지, 참으로 다차원적인 의미로서 ‘가정’이라는 의미가 잘 구현된 것 같다.

길거리에서 판매되고 있는 카네이션을 보니 고향에 있는 가족에 대한 그리움이 한없이 커진다. 분명 올해  겨울방학에 가족들과 많은 시간을 보냈었는데, 헤어진 지 불과 3개월이 지난 지금 이토록 사무치게 보고 싶은 것은 역시 가족이라 그런가 보다. 

3개월의 이별에도 나는 가족에 대한 생각에 가슴 한 편이 아려오는데, 외할아버지는 이런 아픔을 한 평생 안고 사셨다. 함경북도 성진군 학서면 세천동, 외할아버지의 고향이다. 가보지도 못한 이곳을 내가 여태껏 기억하는 것은 외할아버지께서 생전에 항상 입버릇처럼 말씀하신, 외할아버지의 사무치도록 그리운 고향이기 때문이다. 일제침략으로 중국에 넘어오면서 흩어져버린 외할아버지의 가족. 비록 어린 나이 7살적 어렴풋한 추억이지만 고향에서의 마지막 봄날, 아버지와 뒷산에 살구꽃 구경을 갔던 때가 일생 중 가장 행복한 시간이었다고 말씀하셨다. 그래서 5월이 되면 외할아버지 생각에 불현듯 괴로움이 몰려온다.

우리 민족은 일제침략 때문에 생존을 위해, 나라를 되찾기 위해 여기저기 흩어져, 광복을 이뤄서도 이념 충돌, 또 그로 인한 분단 때문에 수많은 생이별은 수없이 벌어졌다. 이런 아픔은 단지 나의 외할아버지뿐만 아니라 분단국가에 살고 있는, 세계 각지에 뿔뿔이 흩어져 살고 있는 우리 민족 모두의 아픔이다.

하지만 인간은 쉽게 잊는 존재인가보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KBS 특별 생방송 <이산가족을 찾습니다>의 최고 시청률이 78%에 달할 만큼 이산의 아픔은 전 국민의 관심을 받아왔지만 근 20년이 지난 지금은 잊혀져 가는 것 같아 아쉬울 뿐이다. 아직도 13만이 넘는 우리의 이웃들이 잃어버린 가족을 찾기 위해 발버둥 치고 있다. 이들 중 대다수는 분단이라는 현실에 발 묶여 가족과의 재회라는 꿈에 한 발짝도 다가가지 못하고 있다.

나는 많은 한국인들한테는 북간도로 더 익숙한 연변 땅에서 나고 자랐다. 나는 어린 시절 조선어문(국어)수업에서 다룬 남·북한 문학작품을 배울 때 이념차이보다 민족적 동질감을 더 많이 느꼈고, 음악 수업에서는 <오빠생각>과 같은 동요를 배우면서 하나의 국경 내에서 공유할 수 없는 민족적 동질감에 안타깝기만 했다. “꿈이 뭐냐”는 선생님의 질문에, “조선반도(한반도) 통일입니다”하고 외쳤던 내 짝꿍의 목소리가 지금도 생생하다. 고국의 통일은 나 혼자만의 바람이 아니었다.

차이점을 인정하면서 같은 점을 추구한다는 ‘구동존이(求同存異)’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이념차이가 분단 70여 년이 가져다 준 문화, 경제적 차이보다 아무리 크다 한들, 같은 말과 글, 같은 흥(興)과 한(恨)을 공유하는 우리에게 이런 다름은 민족대통합의 걸림돌이 되지 않을 것이다. 비록 가끔은 지역다툼, 이념다툼을 한다지만 IMF때는 너도 나도 ‘금 모으기’에 동참해 나라를 살렸고, 요즘 코로나19 대처에도 일심동체돼 세계적으로 모범을 보여줬다. 이렇게 항상 ‘구동존이’를 몸소 실천해 온 한국 국민들이다.


아무리 미워도, 가족이라는 이유로 서로 용서하고 다시 사랑하는 우리, 이런 마음으로 분단으로 다름을 키워온 이북동포들과 재외동포들을 이해하고 포용하면 통일에 더 가까워지지 않을까 희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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