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대학신문, 그럼에도 불구하고
흔들리는 대학신문, 그럼에도 불구하고
  • 신선아 기자
  • 승인 2020.05.10
  • 호수 1511
  • 8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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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보는 대학 구성원을 위해 학내 소식을 발행하는 신문을 일컫는다. 현재의 학보는 학내 소식 전달이 주 역할이나 등장 초기 학보는 단순히 학내 소통의 역할보다 학술이나 문학의 등용문 같은 역할을 했다. 우리나라의 최초 학보는 숭실대의 숭대시보로 미국 북장로교회 선교사들이 경영하던 평양의 숭실학당에서 1912년에 창간했다. 숭대시보를 시작으로 여러 대학에서 학보를 창간했고 우리 학교에서도 한대신문을 1959년 창간했다. 학보는 △민주화운동 주도 △학교 역사 기록 △학내 소식 전달 등의 역할을 해왔지만 2000년대 이후 매체의 다양화와 신문의 사양화로 정체와 위기를 맞고 있다.

학보의 전성기와 탄압, 그리고 쇠퇴
학보는 과거 민주화 운동 시기 학생 운동과 대학 문화를 주도했다. 민주화 운동 시기 학보의 위상과 영향력은 최고조에 달했다. 정부는 정권을 비판하는 기사를 쓴 학생을 구속하거나 학보의 자율권을 탄압하기도 했다. 1979년 박정희 정권은 ‘언론·출판 보도는 사전에 검열을 받아야 한다’ 등의 조항이 포함된 계엄령을 발표했고 1985년 전두환 정권의*문교부는 ‘그동안 학생 기자 중심의 대학 신문을 대학 홍보 위주의 목적으로 제작하라’는 지침을 내리기도 했다. 1993년 김영삼 정부가 들어서면서 언론 탄압이 줄었고 학보의 사회 참여적 측면이 빛을 바랬다. 사회적 영향력의 감소는 자연스레 교내 영향력 감소로 이어졌다. 이재진<사회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1980년대 이후 사회적으로 안정기에 접어들고 극단적인 사회적 이슈가 줄어들면서 학보도 방향성을 상실했고 회의론까지 나오기도 했다”며 “특히 인터넷이 나온 이후부터는 학보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이 줄었고 이는 학내 소식지로서의 역량 감소로 이어졌다”고 학보의 역사를 설명했다.

지금 학보의 위기
1980년대 학보의 전성기 이후 여러 위기와 정체 속에서 혼란을 겪은 학보사는 현재까지도 여러 난항을 겪고 있다. 이는 편집권 개입과 학생 무관심 등의 요인으로 나뉜다.

대학 본부의 학보 재정 지원 감축과 편집권 개입은 학보의 위기를 불러오는 한 요인이며 이는 이미 여러 차례 논란이 됐다. 2005년 동덕여대학보는 총장의 학교 운영 비판에 관한 기사를 발간한 뒤 주간 교수와 학생 기자 16명이 전원 해임됐고 기자들은 이에 반발해 제호 없는 신문을 발행했다. 또한 지난해 5월 서강학보는 편집권 침해에 대항해 백지발행을 단행했다. 서강학보 편집국장 황동준<서강대 사학과 16> 씨는 “작년 5월 서강대 재단에 관한 기획으로 ‘총장 신임률’에 관한 기사를 준비했지만 기사 내 설문조사의 신뢰도와 타당성이 낮다는 이유로 기사 작성을 제지당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황 씨는 “응답에 대한 통계학 교수의 자문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주간 교수의 통제로 기사를 작성할 수 없어 백지발행을 진행했다”며 “백지발행 후 서강학보에 대한 학생들의 지지가 있었고 학교와의 논의를 통해 주간 교수가 교체되며 일이 마무리됐다”고 전했다. 

한편 ‘학생들의 무관심’은 학보에게 가장 치명적인 위기 요인이다. 작년 본지 1500호 ‘한양인에게 한대신문을 묻다’라는 기사에서 진행한 한대신문 인식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67.9%가 ‘한대신문을 읽어본 적이 없다’고 응답했다. 박지원<경금대 경제금융학부 19> 씨는 “학생들이 학교의 일에 관심이 없어 학보를 찾아 읽지 않는 것 같다”며 “지난 몇 년간의 서울캠퍼스 총학생회(이하 총학) 선거 무산이 이를 반증한다”고 말했다. 이어 박 씨는 “신문매체 자체에 대한 관심이 줄었고, 인터넷 신문의 상황도 다르지 않은데, 학보의 관심 저하는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라고 말했다. 

현재 대다수의 학보는 미디어 환경에 맞지 않는 종이 신문을 고집하고 있어 독자들과의 거리는 더욱 멀어지고 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이 올해 1월에 발표한 ‘2019년 방송매체 이용 형태’에 따르면 20대 응답자의 95.5%가 종이신문을 보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정준희<언정대 정보사회미디어학과> 교수 역시 “학보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 저하는 불행하지만, 현실”이라며 “매체는 존재해야 하기 때문에 존재하는 것이 아닌, 필요에 의해 존재해야 한다”며 독자의 수요를 겨냥한 매체로 발전해야 함을 강조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보는 위기를 겪고 있으며 이는 한 번에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학보엔 존재가치가 남아있다. 학보는 교내 소식 전달의 역할과 더불어 학교와 총학을 견제·감시하는 역할과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해 학교에 전달하는 창구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읽히지 않는 학보는 무의미하다. 이 교수는 “독자가 언론으로부터 혜택을 받고 있다는 보상감을 바라듯 학교 신문도 앞으로 학생들이 관심 있는 학생 복지에 관한 방향으로 기사를 작성해야 한다”며 “이는 시대에 맞춰 나아가는 것이지 우리 학교 신문의 정체성 훼손이라고 보지 않는다”고 학보 변화의 필요성에 대해 언급했다. 이 교수는 앞으로 학보의 발전 방향에 대해 “미국 대학의 경우 학보가 대개 지역 신문 역할을 한다”며 “우리도 지방자치단체와의 교류를 통해 지역 친화적 신문으로 나아가는 방법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시대는 변하고 변하는 시대에 따라 필요한 매체도 달라진다. 읽히는 신문이 되기 위해선 우리도 현재의 체제에서 벗어나 변화해야 한다. 한대신문을 비롯한 학보들이 모든 학생에게 읽힐 수 있는 그 날까지 더더욱 노력해야 할 것이다.

*문교부: 당시 교육·과학 및 교과용 도서에 관한 사무를 관장하던 중앙행정기관으로 현 교육부의 개정 전 명칭이다.

도움: 오수정 기자 sujeong5021@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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