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백신연구소가 우리나라에?
국제백신연구소가 우리나라에?
  • 박용진 기자
  • 승인 2020.04.19
  • 호수 1509
  • 5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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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가 코로나19의 두려움에 사로잡혀 있는 지금, 백신 개발을 위해 사투를 벌이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국제백신연구소에서 일하고 있는 과학자와 직원들이다. 국제백신연구소는 우리나라에 설립된 최초의 국제기구로, 안전하고 효과적인 백신의 발굴 및 개발을 위해 1997년 설립됐다. 코로나19로 백신 개발에 관심이 쏠리고 있는 현시점에서, 여러 가지 백신 개발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국제백신연구소를 통해 들여다보자.

바이러스로부터 인류를 지키다
국제백신연구소는 △장내 감염 △호흡기 감염 △홍역 등 전염성 질환으로 인한 개발도상국 어린이들의 사망과 장애를 줄이기 위한 목적으로 설립됐다. 현재 국제백신연구소에는 국제보건기구(이하 WHO)를 비롯해 36개국이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으며, 20개국의 150여 명의 직원이 근무 중이다. 우리나라에 위치한 국제기구인 만큼 우리나라 정부에서도 매년 운영비의 상당 부분을 부담하고 있다. 국제백신연구소에 대한 계속된 지원은 향후 우리나라가 백신 개발 중심국가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발판이 될 수 있다.

국제백신연구소가 하는 일
국제백신연구소는 백신의 연구·개발을 촉진함으로써 전 세계 사람들이 건강하고 생산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맡고 있다. 

백신 기술 개발은 바이러스에 대한 역학 조사부터 시작한다. 충분한 역학조사 이후 기술 개발을 위한 실험 조건을 선정하고, 실험을 진행하는 것이다. 이렇게 새로운 백신 기술이 완성되면, 국제백신연구소에서는 개발된 기술을 식품의약안전처(이하 식약처)에 등록해 백신으로서의 안전성을 평가받는다. 식약처에 등록을 마친 백신 기술은 WHO의 PQ(사전적격성평가) 인증 과정을 거처야 한다. WHO의 PQ인증은 WHO가 국제기구를 통해 개발도상국에 의약품을 공급하기 위해 안정성·유효성 등을 평가하는 제도로 국제조달 입찰에 참여하기 위해 필수적인 절차다. 양재승<국제백신연구소> 박사는 “WHO의 PQ 인증은 개발도상국에서 공중 백신으로 활용되기 위한 필수 관문”이라며 “PQ 인증을 획득한 백신은 향후 UN 산하기관이 주관하는 백신 국제 입찰에 참여할 자격이 주어지기 때문에 PQ 인증을 받은 백신 기술은 세계화가 될 가능성이 높다”며 WHO의 PQ 인증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최근 국제백신연구소는 제약회사들과 협력해 코로나19의 백신 개발에도 뛰어들었다. 이에 대해 양 박사는 “현재 3곳의 회사와 협력해 코로나19 백신 개발을 진행할 계획”이라며 “현재는 본격적인 임상시험 시작 전, 실험 조건을 정하고 그에 맞는 실험을 진행하기 위해 여러 기관과 회사들이 협력 중”이라고 말했다.

 

서울대 연구공원 안에 위치한 국제백신연구소의 모습이다.

개혁의 움직임이 나타나다
백신을 개발했다고 해서 바로 생산과 유통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하나의 백신이 나오기까지는 통상적으로 5~10년의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백신의 경우 무엇보다 안전성이 우선시돼야 한다. 따라서 백신의 안전성 검사를 위해 독성시험과 임상시험의 과정을 시행해야 한다. 

독성시험은 실험에 사용되는 백신이 생체에 대해 어떠한 독성을 가졌는지 독성의 종류와 강도를 파악하는 실험으로, 백신이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을 파악해 백신의 안전성을 예측한다. 이런 독성시험은 평균 6~7개월의 기간이 소요되는데, 이 단계를 통과해야만 임상시험으로 넘어갈 수 있다. 

그러나 코로나19 심화가 전 세계의 감염병 인식에 경종을 울리면서 우리나라에서도 절차 변화의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 13일 식약처는 백신 개발 기간 단축을 위한 ‘GO 신속 프로그램’을 발표했다. GO 신속 프로그램은 연구·개발·임상승인·허가심사에 대한 차별화된 지원전략으로 제품의 효과와 안전성은 확보하면서, 단계별 시행착오는 최소화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에 대해 양 박사는 “우리나라도 백신 개발을 바로 시작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해놓은 거라 생각해 이번 변화를 긍정적으로 본다”며 “백신 개발에 있어 핵심적인 역할을 해야 하는 국제백신연구소에도 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새롭게 발표된 정부의 지원 정책을 평가했다.

또한 재정적 지원의 한계로 인한 전문 인력과 국내 백신 연구 네트워크 부족은 백신 연구의 발목을 잡아 왔다. 변태경<국제백신연구소> 공보관은 “정부에서 지원해주는 30%의 운영비만으로는 전문가들을 섭외하기에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또한 변 공보관은 “해외와 비교해 국내 백신 연구 네트워크는 많이 부족하다”며 “국내에서도 활발한 정보 공유를 통해 백신 개발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런 문제에 대한 변화의 움직임도 등장하고 있다. 지난달 26일 질병관리본부는 국회국제보건의료포럼과 공동으로 ‘국제보건의료 향상과 백신 산업 글로벌화 방안’을 주제로 포럼을 개최했다. 위 포럼에서는 △국내 기관 간의 정보망 형성 △백신 연구·개발에 대한 재정적 지원 등이 주요 주제로 다뤄졌다. 정경태<질병관리본부 백신연구과> 과장은 “정부가 국민에 꼭 필요한 백신의 연구개발을 지원하고 핵심 사업으로 육성하는 것의 중요성을 체감한 것으로 이해된다”고 전했다.

인류를 지키는 최전방에서
이전에 바이러스가 창궐했을 때처럼, 시간이 흘러 바이러스가 사람들의 관심사에서 멀어져 가면 백신 또한 우리 곁에서 멀어져 갈 수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 지속적인 관심과 응원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작지만 의미 있는 날개 짓이지 않을까.

도움: 변태경<국제백신연구소> 공보관
양재승<국제백신연구소> 박사
정경태<질병관리본부 백신연구과> 과장
사진 출처: 국제백신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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