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폭탄’을 배달해드립니다
쓰레기 ‘폭탄’을 배달해드립니다
  • 정채은 기자
  • 승인 2020.04.19
  • 호수 1509
  • 4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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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대 초‧중반 이후 스마트폰이 보급되고 각종 애플리케이션 개발이 활발해지면서 배송 서비스가 성장하기 시작했다. 그 후 ‘이런 것까지 배달해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다양한 상품이 집으로 배달되면서 배송 서비스 시장은 대중화됐다. ‘로켓배송’, ‘새벽배송’, ‘초소량’을 강조한 배송 서비스 업체들의 경쟁 가열도 여기에 한몫한다. 배송 서비스 이용량 증가는 전국 생활폐기물 배출량에도 영향을 줬다. 환경부에 따르면 지난 2013년 ‘음식물 채소류’ 폐기물은 140여 톤에서 2017년 1천333여 톤으로 크게 늘었고, 플라스틱류 폐기물도 2013년 약 2천509톤에서 2017년 약 3천546톤으로 증가했다. 


 

 

최근에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로 음식 배달 서비스나 온라인 장보기 등의 비대면 소비가 늘면서 배송 서비스 쓰레기(이하 배송 쓰레기)문제는 더 악화됐다. 쓰레기의 폭발적 발생에 따른 한숨 소리가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과대포장과 잘 처리되지 않는 포장재 
늘어나는 배송 쓰레기 문제의 가장 큰 원인은 과대포장이다. 배달 음식 하나에 △나무젓가락 △포장 비닐 △플라스틱 숟가락 △플라스틱 용기 등 최소 4개의 일회용품 쓰레기가 발생한다. 공산품 유통 서비스도 마찬가지다. ‘초소량’ 배송 서비스 같은 경우 서비스 특성상 개별 포장‧배송으로 이뤄지기에 이 과정에서 많은 배송 쓰레기가 생긴다. 신선식품의 배송 상자 안도 과도하게 보냉팩과 비닐 완충재로 가득 차 있다.

과대포장도 문제지만, 쓰레기가 된 일회용품 포장재 처리의 어려움도 문제다. 홍수열<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소장은 “비닐 테이프나 택배 송장이 제대로 제거되지 않은 상태에서 상자를 분쇄해 재생원료로 만들면, 재활용품의 순도가 낮아져 품질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식품 배송 시 많이 쓰이는 아이스팩은 고흡수성 수지(樹脂)가 원료기 때문에 잘 녹지도, 타지도 않는다. 아이스팩을 처리하기 위해선 결국 땅에 묻을 수밖에 없다. 쓰레기 처리에 관한 이 같은 상황에 대해 허승은<녹색연합 정책팀> 활동가는 “현재 우리나라의 소각·매립지는 포화 상태에 이르렀으며 새로운 곳을 추가해야만 하는, ‘환경 수용력을 초과’한 상태”라며 우려를 표했다. 
 

배송 쓰레기 절감에 앞장서는 정부
배송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어떤 노력이 수반돼야 할까. 먼저 개개인의 배송 서비스 이용 자체를 규제할 수는 없기에 포장재 등 일회용품 사용에 관한 정부 차원의 법적인 규제가 절실하다. 지난해 11월 환경부는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기 위한 중장기 단계별 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오는 2022년까지 일회용품 사용량을 35% 이상 감축하는 것이 목표다. 환경부 계획에는 포장‧유통과 관련해 △용기의 친환경 또는 다회용기로의 전환 △일회용 식기류 사용 감축 △포장 공간 비율 기준 마련과 같은 방안이 포함됐다. 허 활동가는 “최근에야 유통 및 포장재에 대한 정부의 규제가 마련됐다”며 “이 같은 규제들이 현실 사정에 맞춰 점진적으로 더욱 구체화 및 다양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홍 소장도 “일회용 포장재 재활용 시스템을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기업에는 그에 맞는 지원을, 그렇지 못한 기업에는 사회적 비용에 따른 부담금을 부과해야 한다”며 정부 차원의 규제를 강조했다. 
 

전 단계에 걸친 기업의 노력
배송 서비스를 운영하는 기업의 노력도 중요하다. 단순히 유통 과정뿐만 아닌 생산부터 소비자들의 배송 쓰레기 처리 과정까지 기업의 적극적인 고민이 필요하다. 허 활동가는 “지속 가능한 생산과 소비를 지향하는 등 환경을 고려하는 것이 기업의 브랜드 가치 기준이 돼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행히 이에 관해 공산품 유통 기업과 음식 배달 서비스 업체들의 노력이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 몇몇 유통업체들은 재활용이 용이한 종이를 포장 소재로 활용하는 등 환경 친화적인 포장재를 도입하기 시작했다. 또한 냉동식품도 스티로폼 상자가 아닌 재사용 가능한 상자로 바꾸기 위한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음식 배달에 필요한 그릇을 대여 및 세척해 주는 친환경 서비스도 나타났다. 
 

가장 쉬운, 나부터 실천
배송 서비스 이용을 줄일 수 없다면 쓰레기를 ‘제대로’ 버리는 개인의 노력이 요구된다. 아파트나 주택의 재활용 분리수거장에서는 먹다 남은 음식물과 플라스틱 용기가 함께 담긴 종량제 봉투를 종종 목격할 수 있다. 이런 쓰레기는 선별이 어려울 뿐만 아니라, 재활용도 어려워 생활폐기물 중에서 악명이 높다. 쓰레기를 버려야 할 곳에 제대로 분리해 버리는 습관은 매우 사소하지만 가장 중요하고 기본적인 것이다. 이는 쓰레기를 만들어 내는 개인이 감당할 의무기도 하다. 나아가 개인이 유통기업을 선택할 때도 환경을 위하는 지혜가 필요한데, 홍 소장은 “소비자 개인이 친환경적인 기업을 적극적으로 선택‧수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어느새 배송 서비스는 우리의 소비문화 중 큰 부분을 담당하게 됐다. 그렇기에 우리가 노력하지 않는다면 배송 쓰레기 문제는 끈질기게 우리의 골머리를 앓게 할 것이다. 배송 쓰레기 문제는 △정부 △기업 △개인 사회 구성원 전체의 문제다. 배송 쓰레기 절감을 위해 각자의 위치에서 책임과 의무를 다해 그에 걸맞은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
도움: 허승은<녹색연합 정책팀> 활동가
홍수열<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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