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 한마디의 무게
[취재일기] 한마디의 무게
  • 신선아<대학보도부> 정기자
  • 승인 2020.04.19
  • 호수 1509
  • 6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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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선아<대학보도부> 정기자

 

우리 학교를 대표하는 신문기구라는 이유 하나로 필자는 한대신문에 지원했다. 어느 회사를 가든 글을 잘 쓰는 것은 기본이라고 생각했고, 여기서의 경험이 글쓰기 실력 향상에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필자의 섣부른 판단이었다. 가벼운 마음으로 한대신문에서 버티기엔 신문 발행 과정이 너무나 버거웠기 때문이다. 필자는 한대신문에서 활동하는 동안 여러 번의 힘든 시기를 겪었다. 

수습기자 시절 가장 큰 고난은 ‘거리의 리포터’였다. 거리의 리포터는 학생들의 생각을 들어보는 코너로 수습기자들의 첫 번째 취재 활동이라 할 수 있다. 거리에서 무작정 취재원을 구하는 데 한계를 느껴 고등학교 동창 친구들에게 연락을 돌리기도 했다. 여러 번의 발간이 이어지면서 그저 이름만 아는 친구에게까지도 인터뷰를 부탁하게 되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필요할 때만 찾는 친구’라 욕하진 않을까 걱정하며 한 호, 한 호, 한시름을 놓아갔다. 

거리의 리포터라는 첫 번째 위기를 넘긴 필자는 방중 회의라는 더 큰 위기에 봉착했다. 방중 회의란 다음 학기에 쓰게 될 기사의 기획안을 미리 저축하기 위해 방학 중에 학교에 모여 진행하는 회의다. 아침부터 학교에 매달려 온종일 회의에 시달리고, 해가 다 저물어서야 집에 도착해도 피드백을 반영해 기획안을 수정해야 했다. 필자가 준비했던 첫 기획안 4개는 모두 사장됐다. 기획안이 통과되기 위해선 분량도 적절해야 하고, 시의성도 있어야 하며 무엇보다 기사로서의 ‘가치’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방중 회의 동안 가장 힘들었던 것은 늦은 귀가가 아니었다. 취재원에게 해야 했던 끊임없는 연락도 아니었다. 써 내려가는 모든 문장 하나하나에 근거가 필요하다는 점이었다. 다수가 인정하고 있는 상식이라도, ‘근거’라는 명확히 보여지는 실체가 없으면 기사로 발전할 수 없었다. 

꼭 쓰고 싶은 기사였어도 타당한 근거가 부족해 쓰지 못했다. 근거를 찾고 기자단을 설득시키는 과정이 매우 힘들었다. 하지만 방중 회의가 끝나고, 처음으로 정기자로 기사를 발간하며 그 근거가 당연히 필요한 것임을 느끼게 됐다. 신문 기사의 끝자락에 개인으로서의 ‘신선아’가 아니라 책임자로서의 ‘신선아 기자’라고 적히기 때문이다. 기자로서 필자의 한마디는, 학생일 때 흘리는 한마디와 그 무게가 다르다. 기자 이야기을 다룬 드라마 「피노키오」에선 ‘기자의 말은 사람들이 쉽게 믿기에, 그 사실을 기자도 알고 신중히 기사를 작성해야 한다’는 대사가 나온다. 드라마에서 전하는 것처럼 기자의 말은 일반 학생들의 말보다 영향력이 클 수밖에 없고 사람들이 쉽게 믿을 수 있기에 기자는 정확한 사실을 신중하게 기사로 전달해야 한다. 

기자로서 한마디의 무게를 느낀 지금은 기사를 작성할 때마다 한 번 더 사실을 확인하고, 모든 학생이 타당한 기사라고 인정할지를 고민하며 기사를 쓴다. 현재도 한대신문에서 기사를 쓰고 있는 필자를 보면, 아직까지는 한마디의 무게감을 견딜 만해 보인다. 필자는 오늘도 한마디, 한마디를 모아 기사를 쓴다. 훗날 진짜 무게감 있는 한마디를 전하게 될 날을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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