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대 총선 슬기로운 투표생활
제21대 총선 슬기로운 투표생활
  • 오수정 기자
  • 승인 2020.04.12
  • 호수 1508
  • 5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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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1대 국회의원 선거(이하 총선)’가 단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총선에선 처음으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시행되며 선거 연령도 하향 조정돼 만 18세부터 투표할 수 있게 됐다.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선거 제도가 한국 정치에 적잖은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는 가운데 바뀐 선거 제도가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낱낱이 파헤쳐보자.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의 도입
지난해 12월 공직선거법이 개정되면서 이번 총선은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적용된 첫 선거가 됐다. 해당 제도의 도입으로 국민들은 48.1cm라는 역사상 가장 긴 투표용지를 받게 된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비례대표 의석을 채울 때 비례대표 정당 득표율의 50%만 반영해 의석수를 배정하는 제도다. 정당 득표율에 따라 100% 의석수를 배정하는 것이 아니라 절반만 연동률을 적용해 ‘준’연동형이라고 불린다. 예를 들어, A정당의 비례대표 정당 득표율이 8%라고 가정할 시, A당은 전체 300석 중 24석을 가져갈 수 있게 된다. 이때 A당 지역구 의원 당선자가 18명이면 6석이 비게 된다. 이 6석 중 50%인 3석을 A당의 비례대표 의원으로 채우는 것이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다. 이번 선거에선 비례대표에 주어진 47석 중 30석에만 50%의 연동률을 적용하며 나머지 17석은 비례대표 정당 득표율에 따라 단순 배분하는 방식을 적용한다. 

▲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에 관해 설명한 그림이다.

 

그렇다면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도입된 이유는 무엇일까? 개정된 공직선거법의 취지는 ‘민심을 그대로 반영하는 국회를 만들기 위해서’다. 바뀐 선거 제도에 관해 오일환<사회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기존의 선거 제도는 높은 *사표율은 물론 낮은 정치적 대표성 및 득표-의석 비례성 때문에 민심의 왜곡이 심하게 발생한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었다”며 “바뀐 선거 제도는 선거 민심의 왜곡 현상을 해소하고 정치적 대표성과 비례성을 상당 부분 제고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도 도입 계기에 관해 이원영<사회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최대한 표의 등가성을 확보하자는 취지에서 도입된 것”이라며 “정당이 지지받은 만큼의 가치와 비슷하게 의석을 가져갈 수 있게 하기 위한 고민에서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한 선거구에서 최다 득표를 받은 후보가 40%의 득표율로 당선됐다고 가정하면, 나머지 60%의 표는 사표가 되는 것이다. 60%의 표 또한 최다 득표를 한 후보를 지지하지 않는다는 의사표시임과 동시에 투표한 정당에 대한 지지로 볼 수 있다. 반면 다른 선거구에서는 60%의 득표율로 당선되는 후보도 있을 수 있어 각각의 경우 표의 등가성 문제가 발생한다. 기존의 제도는 당선자 이외의 후보에게 투표한 유권자의 뜻은 반영하지 못했던 것이다. 이로 인해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완전히 비례하진 않더라도 과거보다 표의 등가성이라는 가치를 어느 정도 살릴 수 있게 된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소수 정당의 의회 진출을 용이하게 하고자 하는 목적도 존재한다. 기존에는 소수 정당이 의회에 진입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하지만 소수 정당이 의회에 진입해야 다양한 국민들의 목소리가 의회에 반영될 수 있기 때문에 소수 정당의 원내 진입을 용이하게 하고자 해당 제도를 도입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현재 ‘위성 정당’의 난입으로 본래의 취지가 상실됐다는 평을 받고 있다. 미래통합당이 비례정당을 내지 않고 지역구 선거에만 출마하겠다고 밝힌 뒤 입장을 바꿔 ‘미래한국당’이라는 비례대표 전담 정당인 위성 정당을 만들었다. 이후 더불어민주당 또한 ‘더불어시민당’이라는 위성 정당 창당을 발표하게 된다. 이 교수는 “위성 정당이 없었다면 바뀐 선거제도 하에선 제1당과 제2당인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이 30석 내에서 비례 의석을 가져가긴 어려웠을 것”이라며 “연동되지 않은 17석에 관해서만 배분받고 30석은 소수 정당의 몫이 될 가능성이 높았지만 위성 정당의 등장으로 인해 다시 소수 정당의 원내 진입이 힘겨워졌다”고 전했다. 

선거 연령 하향 조정
공직선거법 개정안 통과로 이번 총선부터 선거 연령이 만 19세에서 만 18세로 낮아졌다. 2002년 4월 16일 이전 출생자부터 선거에 참여할 수 있게 되면서 53만여 명이 첫 투표권을 갖게 됐다. 만 18세로 이번에 첫 선거를 앞둔 오태경<서울시 강남구 20> 씨는 “선거 연령이 낮아져 올해 처음으로 투표할 수 있게 됐다”며 “직접 정치권에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기회를 얻은 만큼 신중히 투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선거 연령 하향에 관해 ‘청소년 선거권 보장’과 ‘교실의 정치화’ 우려에 대한 목소리가 첨예하게 대립해왔고 이제야 청소년의 선거 참여가 실현됐다. 오 교수는 “대부분의 선진국들은 선거연령을 만 18세로 낮춘 지 이미 오래됐기 때문에 선진국 국민들은 만 18세 선거를 당연하게 인식하고 있다”며 “국내에서도 부모나 언론의 영향으로 일정 부분 정치사회화가 돼 있어 자신의 정치관이나 정치정향에 따라 투표할 것이라는 점에서 지나치게 우려할 필요는 없다”고 전했다. 

국내에 전례 없는 청소년 선거 참여가 불러올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는 가운데 이 변화가 이번 총선에 어떤 영향을 끼치게 될지 지켜보자.

코로나19가 가져온 투표 방식 변화
코로나19로 인해 투표 방식에도 변화가 생겼다. 우선 투표일 준비물에 마스크가 추가됐다. 마스크를 착용하고 투표소에 가면 우선 발열 체크를 받고 손 소독을 한 뒤 비치된 비닐장갑을 착용해야 한다. 투표 대기 시에는 선거인 사이 1m의 거리두기가 필요하며 신분을 확인할 땐 마스크를 잠깐 내려야 한다. 만약 37.5℃ 이상의 발열이나 호흡기 증상이 있는 경우에는 임시 기표소에서 투표하고 투표 사무원은 보건소에 이들의 인적 사항을 통보하게 된다. 

제21대 총선은 선거 제도, 선거 연령 하향, 코로나19 등 각종 변수를 맞았다. 나의 소중한 한 표가 대한민국을 바꿀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투표권을 행사하길 바란다.

*사표율: 낙선한 후보자에게 던져진 표의 비율을 말한다.

도움: 오일환<사회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이원영<사회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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