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캠 연구실 안전관리 현황··· ‘빨간불’
서울캠 연구실 안전관리 현황··· ‘빨간불’
  • 신선아 기자
  • 승인 2020.04.12
  • 호수 1508
  • 2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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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7월 서울캠 공대 유기나노연구실 화재’, ‘2017년 5월 서울캠 제5공학관 폐액누출’, ‘2017년 9월 서울캠 종합기술연구원(HIT) 화재’. 이는 모두 서울캠 연구실에서 발생했던 큰 사고들이다. 수백 개의 연구실을 보유한 서울캠은 곳곳에서 안전사고의 위협에 놓여있었다. 이에 본지는 서울캠 연구실의 안전실태에 대해 알아봤다.
 

연구실 안전을 위한 학교의 시스템 구축 
‘연구실 안전환경 조성에 관한 법률(이하 연구실안전법)’에 따르면 ‘연구 주체의 장은 연구실의 기능 및 안전을 유지·관리해야 한다는 규정에 의거한 안전점검지침에 따라 소관 연구실에 관한 안전점검을 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우리 학교의 경우 연구 주체의 장은 대학을 말하며 서울캠 역시 연구실안전법에 따라 연구실관리시스템을 구축·운영하고 있다. 

서울캠 연구실관리시스템은 안전관리와 안전교육으로 세분화할 수 있다. 안전관리는 연구자가 연구실 내 △구성인원 △실험장비 △실험재료 △연구실 과제현황 △위험장비 등의 기본적인 사항을 전산망에 입력해 관리하는 것이다. 또한 매년 1회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등록된 전문 안전진단기관을 통해 모든 연구실에 걸쳐 안전진단도 시행하고 있다. 안전진단에서 지적사항이 발견되면 관재팀은 단과대와 개별 연구실에 지적사항을 통보한다. 각 연구실은 일정 기한까지 미비점을 개선해 지적사항을 해결하고 관재팀에 개선 확인 서류를 제출해야 한다. 이후 관재팀은 제출된 서류를 검토하고 현장 재확인을 통해 개선이 미비한 사항에 대해 현장 지도를 수행한다. 

학생 대상의 안전교육은 매 학기 6시간 온라인으로 진행되며 교육 시청 후 마지막 교육평가에서 60점 이상을 취득해야 최종이수처리가 완료된다. 김수민<자연대 생명과학과 19> 씨는 “안전교육에선 위험 물질이나 상황에 대처하는 방법, 경고 표시 등 실제 실험 과정에서 닥칠 수 있는 위험에 대해 교육하고 있어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연구실 안전 등급과 서울캠의 안전 실태
학교의 시스템 구축에도 불구하고 서울캠은 연구실안전에 부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연구실안전법에 따라 안전진단은 8개 항목의 세부 평가 기준으로 진행된다. 그 기준은 △가스 △기계 △산업위생 △소방 △생물 △일반 △전기 △화공이며 진단 이후 각 연구실은 5개 등급으로 나뉜다.

서울캠의 경우 연구실 안전사고가 계속 증가하고 있으며, 연구실 등급은 전반적으로 악화되고 있다. 연구실 사고는 지난 2017년 1건에서 2018년 3건, 2019년 7건으로 지속해서 증가했다. 또한 대학알리미 공시자료에 따르면 서울캠에선 안전등급 3등급을 받은 연구실 수가 △2017년 13개(2%) △2018년 137개(20%) △2019년 75개(10%)에 달한다. 3등급 연구실은 4·5등급으로 하락하기 직전의 상태이므로 연구실 관리에 보다 주의를 가할 필요가 있다. 이종우<관리처 관재팀> 과장은 “안전진단항목이 매년 강화되고 있다”며 “지속적인 피드백과 연구실의 유지·관리에 힘쓰겠다”고 전했다. 

가장 큰 원인은 학생들의 부주의와 의식 부족
본지가 연구실 연구실관리시스템에서 공개한 자료를 확인해 본 결과 서울캠에는 전체 연구실 중 약 48%에 달하는 공대 연구실에서만 안전진단에서 1천100여 개 이상의 지적사항이 발견됐다. 대부분은 물건의 적재 미흡이나 연구실 내 음주 및 숙식 등 학생들과 교수의 부주의로 발생했다. 이 과장은 “작년에 발생했던 사고의 대부분은 날카로운 도구로 인해 발생한 자상이나 찰과상으로 실험자 부주의에 의해 발생한 사고였다”며 “실험자가 보호구를 착용하지 않거나, 방심한 것이라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익명을 요구한 학생 A씨는 “연구실 내 숙식, 음주 등이 안전사고로 이어질 수 있음을 알고는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안일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신재욱<생활대 식품영양학과> 교수는 “실험실 내 음주는 매우 심각한 사안”이며 “음주 자체보다는 음주로 2차적 위험이 크고, 학생들의 안일한 사고방식이 제일 큰 문제”라고 전했다. 이어 신 교수는 “연구실에서의 숙식 역시 당연히 자제해야 한다”며 개인 의식 문제를 강조했다.


책임자의 협조가 필요한 연구실 현황
우리 학교 연구실이 안전해지기 위해선 연구실 책임자의 협조가 절실하다. 이들의 관리 부족 역시 사고를 일으킬 수 있는 주요인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구급품 관리 미흡 △안전서류자료 미비치 △안전표식 미부착 등이 문제가 될 수 있다. 안전서류자료는 일일안전점검 현황 및 연구실이 취급 중인 유해위험물질현황과 사전유해인자를 기록해둔 것으로, 연구실 사고 예방에 가장 필수적인 정보다. 

이 과장은 “적극적으로 협조가 잘되는 연구실과 달리 협조가 미비한 연구실은 개선이 잘 안 돼 많은 어려움이 있다”며 “연구실에 있는 교수와 학생이 기본적인 것들에 조금만 신경 쓴다면 연구실 안전등급에서 큰 개선을 보일 것”이라고 전했다. 

안전불감증은 우리 사회 전반에 퍼져있다. 미흡한 예방, 개인의 방심으로 터진 ‘인재’에 우리는 항상 후회하곤 한다. 불운하게도 모든 사고는 항상 예측할 수 없고, 우리 학교 역시 예외는 아니다. 세상을 바꾸는 실험이 안전하게 진행되는 내일의 우리 학교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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