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현대인들 점집으로
불안한 현대인들 점집으로
  • 김보만 수습기자
  • 승인 2006.09.17
  • 호수 12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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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의 결과에만 너무 집착해서는 안돼”
정덕순(여·23)은 최근 백운호수 근처 사주카페에서 운세를 봤다. 기독교 신자인 정양은 “주변에서 운세를 보고 용하다는 말이 많아 호기심에 점을 봤다”며 “앞구정 근처에는 사주를 보지 않고 얼굴만 봐도 앞일을 맞추는 신점집이 있는데 한번 점을 보려면 평일에도 적어도 4시간은 기다려야 한다”면서 최근 사람들 사이에 정운세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나 올해는 음력으로 한 해에 입춘이 두 번 들어있는 쌍춘년으로 이 해에 결혼하면 복이 많다는 속설 때문인지 올 해 궁합을 보는 수요는 20%가까이 증가했다고 한다. 그러나 사람들은 점을 보면서도 그것이 어느 정도 신빙성을 가지고 있는지는 의심스러워 한다. 학교 앞 카페에서 사주를 본 김씨는 “역술인이 사주를 말해줄 때 맞는 부분도 있지만 ‘정말 그럴까’하는 의심이 많이 든다”며 “어느 정도는 믿지만 100%신뢰하는 건 아니다”고 말했다.
점에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주역 점의 정확성의 정도는 점을 치는 사람이 정확한 작궤를 얻어 그 궤를 현실에 맞게 정확하게 해석하는 정도에 따라서 다르다. 이 중에서도 특히 궤를 정확히 해석하여 현실문제와 연관시키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아무리 정확한 점궤여도 이를 잘못 해석하여 현실문제에 적용하면 정확한 판단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점궤를 해석하는 점술가에 따라서 그 해석이 달라질 수 있다. 우리학교 서울배움터 앞에 위치한 사주카페‘드뷔시 산장’의 역술인 도암(남)은 "학생들이 처음에는 호기심 반 재미 반으로 사주카페를 찾는다"며 "하지만 사주는 6,70%의 확률로 자신의 운명을 봐주는 것이고 나머지는 자신의 노력이나 주변 환경에 따라서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면서 사주에 대한 무조건적인 맹신은 좋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곳은 특히 연초나 연말이면 학생들이 신년운세를 보기위해 몰린다. 여학생은 애정 운, 결혼 운, 진로에 대해 관심이 많고 남학생은 특히 자신의 진로에 대해 관심이 많다고 한다.
하지만 종교를 가진 사람들 중에서는 점을 보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가진 사람도 많다. 황하영<경영대·경영학부06>은 “기독교 신자들 대부분은 점을 보지 않는다”며 “종교적인 믿음 때문에 아직 점을 직접 본적도 없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의 무속은 한 때 사람들에게 격력한 광적 현상으로 오해 되었고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사람들에게 비정상적인 현상으로 보이고 ‘미신’이라는 비난을 면치 못했다. 일본학자 아유카이 후사노신은 “한국의 무속은 타종교와 융합하는 특성이 있어 독자적인 종교의 형태로 발전하지 못했다”며 “이와 반대로 일본의 무속은 타 종교와 경쟁관계 속에서 독자적인 신앙체계를 형성할 수 있었다”고 해석하기도 했다.
사람들은 위기상항에 처하면 처할수록 삶이 불확실할수록 무속에 의존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것은 의약으로 나을 수없는 병에 대해서 굿을 한다거나, 취업난이 심한 시기나 입시철에 운세시장이 활기를 띠는 것은 일례다.
이렇게 점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질수록 점의 의미를 받아들이는 사람들의 태도에 대한 고찰도 중요하다. 천병돈<경희대·인문학연구원>연구교수는 “점의 결과에만 너무 집착해서는 안된다”며 “점은 단정 형이 아니라 추측 형이어서 ‘좋을 것이다’란 말은 ‘나빠질 수도 있다’는 것도 내포하고 있다”고 했다. 또 천 교수는 “점을 믿음의 대상으로 여길 것이 아니라 점을 통해 행동을 더욱 조심스럽게 할 때 비로소 점의 진정한 의미가 나타난다”며 “나쁜 점괘가 나오면 그것을 벗어나기 위해 노력해야 하고 좋은 괘가 나오면 그것을 이루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해 현대인들이 점을 받아들이는 데에 무조건적인 믿음은 지양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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