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성숙한 시민의식이 빛을 발해야 할 때
[사설] 성숙한 시민의식이 빛을 발해야 할 때
  • 한대신문
  • 승인 2020.03.15
  • 호수 1507
  • 7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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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서울백병원에 입원 중인 환자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확진 이후 감염자는 전국적 비난을 받게 된다. 감염자가 확진 판정을 받고 나서야 대구에 거주하고 있음을 밝혔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서울백병원은 응급실과 일부 병동을 폐쇄했고 입원 환자들과 그들의 보호자, 진료를 예약했던 외래 환자들이 불편을 겪었다.

코로나19 감염 예방을 위해선 역학조사의 정확성이 매우 중요하다. 확진자의 동선과 접촉자를 파악해 추가 확산을 막아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확진자의 허위진술은 역학조사에 큰 차질을 빚는다. 역학조사에 카드 사용 내역, 금융기록, CCTV 등이 활용되기도 하지만 역학조사 초기 단계에서는 상당 부분 확진자들의 진술에 의존한다. 그렇기에 초기 대응이 중요한 전염병 확진자들의 허위진술은 추가 확진자를 양산하기 때문에 더욱 치명적이다.

그렇지만 코로나19 확진자의 허위진술은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다. 지난달 28일, 경남에서 확진자 판정을 받은 코인노래방 근무자는 역학조사 과정에서 코인노래방 근무 사실을 숨기고 자가 격리에 들어갔다고 허위 진술했다. 이로 인해 해당 코인노래방은 무려 6명의 추가 확진자가 발생한 집단 감염지가 됐다. 뿐만 아니라 지난달 24일부터 20일이 채 안 되는 시간 동안 24명의 확진자가 발생한 대구 문성병원 사례도 논란이 됐다. 문성병원 내 최초 확진자가 역학조사 당시 동선을 거짓말로 둘러대고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여 감염 경로 및 접촉자 파악에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최초 확진자는 신천지 교인인 것을 숨기고, 대구시와 보건당국의 ‘신천지 교인 자가격리’ 요청을 어긴 사실도 밝혀졌다. 두 사례 모두 역학조사 당시 허위진술을 하지 않았더라면 확진자를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었을 것이다.

이에 정부도 위 문제를 어느 정도 인식한 것처럼 보인다. 정은경<질병관리본부> 본부장은 “의심 환자가 역학조사에 대한 편견을 갖게 돼 진실을 은폐하고, 숨거나 회피하게 되면 감염증이 오히려 전파될 수 있기 때문에 선진적인 조사 방법을 만들고 정보를 잘 제공할 수 있는 분위기 조성이 필요하다”며 역학조사 개편 필요성에 대해 언급했다. 이에 따라 우선적으로 서울시의 역학조사 개편이 이뤄졌다. 하지만 개편 내용은 조사의 신속성에 초점을 둔 개편안이었을 뿐 확진자의 허위진술을 막아 역학조사의 정확성을 높일 수 있는 실질적인 방안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역학조사 개편은 거들 뿐 본질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 역학조사의 정확성을 높이는 방법이 고안되더라도 정 본부장이 앞서 언급한 사회적 분위기 조성이 바탕이 되지 않는다면 이는 물거품이 될 것이다. 따라서 확진자는 물론 비감염자 모두의 성숙한 시민의식이 우선시 돼야 한다. 감염된 개인은 본인의 두려움과 이기심으로 인한 허위진술이 사회적으로 큰 혼란을 초래할 수 있음을 인지해야 한다. 비감염자 또한 자신도 감염자가 될 수 있다는 마음으로 확진자를 향한 부정적인 낙인, 혐오와 비난을 자제해 감염병이라는 국가적 위험 상황을 함께 극복해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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