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괄적 차별금지법 12년째 제자리, 왜 안될까?
포괄적 차별금지법 12년째 제자리, 왜 안될까?
  • 황수진 기자
  • 승인 2019.12.02
  • 호수 1505
  • 5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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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2일 국가인권위원회법(이하 인권위법)의 차별 금지 사유에서 ‘성적지향’을 삭제하고, 성별에 대한 규정으로 ‘개인이 자유로이 선택할 수 없는 신체적 특징으로서 남성 또는 여성 중의 하나를 말한다’는 내용이 추가된 일부개정안이 발의됐다. 이렇듯 성소수자에 대한 인식은 약진한 반면 제도는 퇴보하고 있다. 인식과 제도 간 괴리감이 너무 큰 우리나라, 왜 포괄적 차별금지법(이하 차별금지법)은 12년째 제자리걸음일까? 차별금지법제정연대 정책담론팀장 장예정 씨에게 그 이유를 들어봤다.

Q. 차별금지법이 필요한 이유가 무엇인가요?
인권위법은 우리나라에서 유일한 인권법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근데 인권위법도 한계가 많습니다. 인권위법으로 진정을 넣을 수 있는 범위도 제한적이고 한 사건이 처리되는데 소요되는 시간이 1~2년씩 걸리기 때문에 차별에 관한 즉각적 구제가 어렵습니다. 따라서 차별금지법같은 실효성 있는 법이 필요합니다.

Q. 차별금지법이 제정되기 어려운 이유는 무엇인가요?
차별금지법을 반대하는 세력이 지난 19대 국회를 기점으로 조직화된 것이 가장 큰 이유입니다. 이전에는 팩스를 보내는 정도의 반대였는데, 19대 국회부터는 차별금지법을 발의한 의원의 개인연락처에 문자폭탄을 가한다던가, 의원실에 단체로 전화해 업무를 마비시키는 등의 조직적 움직임이 시작됐습니다. 결과적으로 지난 19대 국회에서 차별금지법안이 상임위원회에서 논의조차 되지 않고 철회됐습니다. 그 이후 차별금지법 반대 세력은 같은 방식으로 입법을 방해하고 있습니다. 인권 관련 법안 발의조차 조심스럽고 부담스러운 상황입니다.

Q. ‘차별금지법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습니다. 이런 의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사실 차별금지법에 대해 늘 받는 질문입니다. 표현의 자유는 누구나 향유할 수 있는 자유입니다. 그러나 그 자유라는 것이 하고 싶은 말을 다 해도 된다는 것은 아닙니다. 혐오 발언은 표현의 자유에 속하지 않습니다.

혐오 발언의 대상은 사회의 약자입니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혐오 발언이 쏟아져 나오는 사회에서 사회적 약자는 자유로운 발언을 할 수 없습니다. 혐오 발언이 △성소수자 △이주민 △여성으로서의 발언을 막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민주주의 사회에서 진정 우려해야 하는 표현의 자유 억압일 것입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표현의 자유란 누구나, 자신의 의견을 자유롭게 말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혐오 표현에 대한 단호한 거부가 필요합니다. 

Q. 앞으로 제정될 차별금지법의 방향성에 대한 의견 묻고 싶습니다.
차별금지법 관련한 오해 중 하나가 ‘차별금지법 제정되면 목사님 잡혀간다’입니다. 그러나 적어도 차별금지법제정연대가 생각하는 차별금지법의 핵심은 형사처벌이 아닙니다. 저희가 지향하는 차별금지법은 무엇이 차별인지에 대한 근거를 제시하는 것입니다. 차별 규정 법률이 나와야 차별에 대한 논의를 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될 수 있습니다.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노력이 12년을 넘어가고 있지만, 시민들에게 차별금지법은 아직 생소한 법입니다. 차별 없는 세상, 평등을 위한 사회로 가는 길에 한양대학교 학생들도 함께 해주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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