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을 소리의 정원으로 초대합니다
여러분을 소리의 정원으로 초대합니다
  • 노승희 기자
  • 승인 2019.12.02
  • 호수 1505
  • 12면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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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가보컬리스트 하윤주

‘물’과 같은 정가 보컬리스트를 꿈꾸는 하윤주 동문. 담는 그릇에 따라 모양이 변화하는 물처럼 자유자재로 변화 가능한 보컬리스트가 되고 싶다는 하 동문은 본교 국악과 출신이다. 그녀는 한대신문과의 인터뷰를 통해 고려 말부터 전해지는 정가의 전통을 이어가겠다는 당찬 포부를 밝혔다. 그녀가 초대하는 소리의 정원으로 지금부터 들어가 보자.

국악과의 만남
하 동문이 정가를 처음 접한 것은 초등학교 때였다. 특별활동 시간에 우연히 정가를 배울 기회가 있었고, 하 동문은 그때 만난 국악 선생님과 소중한 인연을 맺었다. “사람을 좋아하게 되면 그 사람과 함께 하는 일도 좋아지게 되잖아요. 특별활동 정가 선생님이랑 만나서 시간을 보내는 게 너무 좋아 정가를 계속했던 것 같아요.”

취미로 시작한 정가는 하 동문을 국립국악고등학교로 이끌었다. 고향이 부산이었던 그녀는 부모님의 적극적인 지원에 힘입어 서울에 있는 고등학교에 입학할 수 있었다. “부모님이 처음부터 흔쾌히 허락해주시진 않았어요. 하지만 결국에는 제가 하고 싶은 음악을 하라고 응원해주셨죠.” 하 동문은 고등학생 시절 ‘전공 발표’ 수업을 가장 기억에 남는 일로 꼽았다. “악기 연주하는 친구들 반주에 맞춰 제 노래를 전교생 앞에서 발표하는 수업이에요. 그때 처음으로 음악의 합을 맞추면서 음악을 구성하는 일원이 됐다고 느꼈죠. 정말 소중한 시간이었어요.”

고등학교 졸업 후, 하 동문은 본교 국악과에 진학하게 된다. 그녀는 본교를 떠올리면 정가라는 장르가 사람들에게 생소하다는 점을 극복하게 해 준 이상규 교수님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말한다. “전공 교수님은 아니셨지만, 정가의 전통을 보존하며 계승한다는 것에 자부심을 가지라고 이야기해 주셨어요.” 
졸업 후, 하 동문은 국립국악원에서 3년간 활동을 했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유서 깊은 국악 단체에 들어가 경력이 많은 선생님들과 음악적으로 교류하는 일이 자신의 성장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판단에서였다. 국립국악원은 매년 두 세 작품씩 국가를 대표하는 브랜드 공연을 하는데, 하 동문은 이때 이생규장전이라는 작품에서 주인공 ‘최랑’ 역을 맡았다. “국가를 대표하는 작품에 주인공으로 설 수 있어, 제게는 매우 의미 있는 경험이었어요.”

본인만의 길을 나아가다
한 번 들어서는 알 수 없는 정가의 매력에 빠진 하 동문은 현재 ‘정가 보컬리스트’로 활동 중이다. 정가는 매번 다른 감정이 느껴지고 표현 방식도 달라져 깊게 연구하며, 들여다볼 수 있다는 하 동문. “정가는 음악이 느리고 유장한 음악이기 때문에 이걸 표현하는 데 많은 공을 들입니다. 노래에 나를 어떻게 투영시킬지 훈련하는 과정도 매력 있다고 생각해요.” 

이런 하 동문은 국가무형문화재 제30호 가곡 이수자다. 국가무형문화재란 음악이나 무용이 보존돼야 할 가치를 인정받았다는 뜻이다. 그 중 30번째로 인정받은 자산이 바로 가곡이다. “고려 말부터 긴 시간 이어져 내려오는 노래를 보존하고 발전, 계승하는 가곡 보유자 선생님이 계세요. 제가 받은 가곡 이수자라는 명칭은 가곡 보유자 선생님께 10년 이상을 배운 사람이 받을 수 있는 직위이자 칭찬이에요.”
 

▲ 서울뮤직위크 무대에 오른 하 동문의 모습이다. 

그녀의 노력을 알아주기라도 하듯 하 동문은 연이은 수상 소식을 전하고 있다. 하 동문은 2018년 KBS 국악대상에서 가악상을 수상한 것에 이어 올해는 젊은 예술가 상을 수상했다. 그녀는 이런 수상이 음악 활동을 하는데 좋은 동기부여가 된다고 말한다. 그녀는 더 잘해야겠다는 부담감을 느끼기보다 오히려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정가를 알리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더 다양하고 풍부한 공연을 기획하기 위해 열심히 일하게 되더라고요. 그런 노력이 쌓여 올해에도 좋은 상을 받게 된 것 같아요.”

현재 하 동문은 음악극 「적로」에서 ‘산월’ 역할을 맡고 있다. 「적로」는 일제강점기에 활동한 예인들의 삶을 소재로 했다. “한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지친 마음과 삶을 음악으로 치유한다는 부분이 잘 드러난 작품이에요. 작품이 워낙 훌륭해서 제가 맡은 산월 역할이 더 빛을 발했다고 생각해요.” 

정가의 매력이 빛을 발하도록
음악에 대한 영감을 얻기 위해 다양한 경험을 많이 하려고 한다는 하 동문. 그녀는 새로운 작품과 전시회에 관심을 갖고 다양한 감정 표현 방식을 배우려고 노력한다. “모든 일이 유기적으로 이어져 있다고 생각해요. 이렇게 인터뷰하는 것도 제 대학생 시절의 즐거운 추억을 생각나게 하잖아요. 그런 경험을 통해 영감을 얻곤 해요.” 

그녀는 서울뮤직위크나 열린음악회 같은 국내 무대뿐만 아니라 해외 공연을 통해서도 정가의 가치를 알리기 위해 노력 중이다. 비록 관객들이 노래의 의미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해도, 이들과 음악을 통해 감정을 교류한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고 말한다. “그들에게 정가라는 장르의 창법이 생소하지만, 시와 음악의 결합이라는 정가의 가치를 높게 평가해주는 게 느껴져요. 그들에게 얻은 힘을 토대로 또 한 걸음 나아가고 있어요.”

후배들을 위해 자신이 정가의 길을 잘 지키고 있어야 한다는 하 동문. 그녀는 같은 노래지만 표현하는 방식이나 목소리의 색깔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혼자가 아닌 함께하는 무대가 소중하다고 이야기한다. “선배의 입장에서 후배들이 잘 활동할 수 있도록 길을 잘 닦아 놓으려고 노력 중이에요.” 
본인의 발전뿐만 아니라 정가 자체의 발전 역시 잊지 않는 하 동문의 노력은 현재진행형이다. 정가의 전통을 지키고 계승하는 이들이 있다는 것을 잊지 말고, 정가를 비롯한 국악에 더 관심을 가져보는 게 어떨까. 
 

▲ ‘소리의 정원’은 보통 나무나 꽃 등의 자연이 만들어내는 눈에 보이는 정원이 소리로 채워지면 어떨까라는 발상에서 나왔어요.” 이처럼 소리로 아름다운 정원을 이루는 게 하 동문의 음악적 바람이다.

사진 김종훈 기자 usuallys18@hanyang.ac.kr
도움: 이수빈 수습기자 sb0319@hanyang.ac.kr
사진 출처: 프로덕션 고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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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문 2019-12-10 13:15:43
미스 트롯 정다경동문도 취재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