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으로 찾아오는 면접관, AI 면접
집으로 찾아오는 면접관, AI 면접
  • 전다인 기자
  • 승인 2019.12.02
  • 호수 1505
  • 4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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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취업을 위해 넘어야할 난관이 또 하나 생겼다. 바로 ‘인공지능 면접(이하 AI 면접)’이다. AI 면접이란 기존에 사람을 거쳐 진행되던 면접과 서류심사가 인공지능을 통해 이뤄지는 것이다. 면접과 관련한 지식을 학습한 AI는 면접자가 60초 내에 질문에 답하면 표정을 실시간으로 분석해 감정까지 파악한다. 이 시스템은 얼굴 68곳에 점을 찍어 표정을 분석하고 △공 옮기기 △날씨 맞추기 △ 얼굴 표정 맞추기 등의 게임을 진행해 지원자의 성향을 파악한다.

그렇다면 기업들은 왜 AI 면접을 진행할까? 면접관은 면접을 보면서 자신도 모르게 지원자에 대한 선입견을 가질 수 있다. 하지만 AI가 면접을 진행하면 선입견이나 주관이 개입되지 않아 객관적인 평가가 이뤄질 수 있다. 시청각 신호를 이용해 인간의 의사소통을 분석하고 인식하는 AI 기술을 개발중인 이영복<제네시스 랩> 대표는 “사람을 통한 면접은 아무래도 지연, 편견, 학연이 반영될 수 있다”며 “AI는 명확한 기준을 갖고 있기에 후보자를 객관적으로 선별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더 큰 장점은 시간과 비용이 절약된다는 점이다. 인사담당자가 지원자의 자기소개서를 평가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약 1분 정도이지만, AI가 판단하는 시간은 약 5초 이하로 12배 이상의 시간이 절약된다. 이 대표는 “큰 기업들은 직원을 선발할 때 지원자가 많아 시간 투자도 크다”며 “AI 면접을 실시하게 되면 인사팀에서 한 명 당 투여하는 시간이 줄어들기 때문에 후보자 선별 시간을 크게 단축할 수 있다”고 말했다. IT 기업 마이다스아이티에 따르면 국내 기업 중 AI 면접을 도입한 기업만 해도 지난해 8월 45개 기업에서 올해 140개로 늘었다. 

하지만 AI 면접이 완벽한 것만은 아니다. AI 면접관이 파악할 수 있는 정보가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온라인을 통해서 이뤄지고, 컴퓨터에 달린 카메라와 마이크만이 인공지능의 정보 수집 수단이기 때문에 눈동자의 움직임, 음성의 변화 정도만 파악할 수 있을 뿐이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직무와의 연관성이나 내용의 전문성을 따지는 정도까지는 아직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객관적인 평가를 할 것이라는 기대와는 달리 인공지능이 어떤 정보를 학습했는지에 따라 지원자를 편향적으로 선발할 우려가 있다. 아마존은 2014년부터 시행해왔던 AI 면접인 ‘이력서 평가 알고리즘’을 지난해 10월에 폐기했다. 이력서에 ‘여성 체스클럽 회장’이나 ‘여자대학 졸업’ 등 ‘여성’이라는 단어가 들어가면 경력을 평가 절하하는 것으로 판명됐기 때문이다. 이런 결과는 AI 프로그램이 남성 위주의 기술 산업을 기준으로 지난 10년간의 이력서 패턴을 학습해 선별 과정에 적용했기 때문이었다. 

이런 허점에도 불구하고, AI 면접은 시간과 비용이 압도적으로 절약된다는 장점이 있기에 발전 가능성이 높다. 이 대표는 “현재는 기본적인 자신감, 소신, 말하기 등을 주로 가려낸다”며 “이것이 고도화된다면 지원자의 말을 분석해 모든 면접을 AI에게 맡길 수 있게 될 것이다”이라고 전했다. 비록 초기 단계에 불과하지만 인공지능이 우리를 고용할 날이 머지않았다.

도움: 이영복<제네시스 랩>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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