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산곶매] “어쩌다보니 하하”
[장산곶매] “어쩌다보니 하하”
  • 김종훈 편집국장
  • 승인 2019.12.02
  • 호수 1505
  •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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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훈<편집국장>

학보사 기자가 인터뷰할 때 가장 많이 듣는 말은 뭘까? 

바로 “전공이 뭐예요?”다. 교수님이든 교직원이든 늘 인터뷰 중에 그 질문을 빼놓지 않는다. 클리셰 같은 질문이다. 학보사 기자치고는 다소 특이한 체육이라는 필자의 전공 탓인지, 질문이 이어진다. 왜 혹은 어쩌다 기자를 하게 됐는지 대충 그런 부류의 질문이다. 그런 질문에는 “어쩌다 보니 하하”하는 답이 적당하다. 빠르게 인터뷰를 이어간다. 기사 마감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때는 빨리 질문으로 넘어가려 “어쩌다 보니”라는 말을 했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저 말이 딱 맞는 것 같긴 하다. 이런 질문을 너무 많이 받아서 너무 지겨울 때쯤, 그럴 때쯤 올 것 같지 않던 마지막 신문 발행을 맞았다.

학보사 생활에서 무수히 반복되는 건 전공을 묻는 질문만은 아니다. 부서와 취재 아이템에 따라 내용은 달라지지만, 신문사 일정은 일정하게 반복된다. 월요일 기획 회의를 시작으로 금요일 마감, 토요일 조판은 고정된 일정이다. 그렇다 보니 학보사 기자의 일주일은 빤하다. 그렇게 비슷한 일주일로 학기가 채워지고 어느새 2년이 지났다. 매주 기사를 쓰기 위해 발버둥 치며 2년을 보낸 것 같은데 돌아보면 특별한 것 없는 일주일이었다.

빤한 학보사 일정이지만, 평화로울만 하면 기다렸다는 듯이 돌발 상황이 불쑥 찾아온다. 드라마의 한 장면, 응급실에서 누군가 오늘은 한가하다는 말을 하자마자 사이렌 소리가 들리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다. 돌발 상황은 학보사 일정과는 달리 전혀 빤하지 않다. 굉장히 다양하고 창의적인 방식으로 우리를 괴롭힌다. 갑자기 인터뷰이가 인터뷰를 미루거나 취소하기도 하는가 하면, 취재해보니 기삿거리가 안 되는 경우도 있다. 인터뷰를 해도 기사에 싣지 말아 달라는 요청을 받기도 한다. 꼭 이런 말은 인터뷰 다 끝나고 나온다. 힘이 빠지는 상황이다. 힘을 낼 겨를도 없이 상황을 해결하다 보면 어느새 일주일이 지나있다.

기자에서 편집국장이 된 뒤로는 사정이 조금 바뀌었다. 물론 사정이 나아졌다는 말은 아니다. 말로는 편집국장이지만, 편집만 할 수 없다. 신문도 구성하고, 행정 업무도 처리하고, 기자들의 말도 들어줘야 한다. 여차하면 기사도 써야 한다. 아무것도 안 하다가는 기자들이 따가운 시선이 등 뒤에 꽂힐지 모른다. 편집국장이 되면 글을 좀 덜 써도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는 아직까지 기대로 남아있다. 조만간 편집국장이라는 직함을 ‘편집행정기자국장’ 쯤으로 바꿔야 할 것 같다. 특히 사진·미디어부 업무를 혼자 했던 지난 1학기를 되돌아보면 아찔하다. 지금 생각해보면 어떻게 발간마다 30매를 작성했는지 당시의 필자에게 묻고 싶다. 차기 편집국장에겐 이런 비극이 일어나질 않길 간절히 바란다.

고된 학보사 생활이었지만 힘든 대목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기사에 하단에 쓰인 ‘김종훈 기자’는 짧지만 어딘가에 필자의 노력이 기록된다는 느낌을 줬다. 이런 기록이 주는 뿌듯함은 어린 나이에 학보사 기자가 아니면 누리기 어려운 일이다. 편집국장이 된 뒤 처음으로 발행한 1488호에 적힌 ‘편집국장 김종훈’은 아직까지 잊히지 않는 강렬한 기억이다. 첫 국장 업무라서 전임 국장님께 연락을 드려 이것저것 물어봤던 일이 눈에 선하다. 이렇게 기록을 남긴다는 일이 때로는 흑역사를 만들기도 하지만 고된 일을 잊게 하는 원동력이 되기도 했다. 한대신문 기자 그리고 편집국장으로 보낸 지난 2년은 필자의 23년 인생 중 가장 큰 도전이자 값진 경험이었다. 

여러모로 부족한 국장 때문에 고생한 한대신문 기자단, 간사님 그리고 주간교수님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신문에는 보이지 않지만, 행정적으로 빈틈없이 도와주시는 학생지원팀 강경일 과장님께도 고마움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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