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현실과 거리가 먼 외국인 전형 내 한국어 기준
대학 현실과 거리가 먼 외국인 전형 내 한국어 기준
  • 고다경 기자
  • 승인 2019.12.02
  • 호수 1505
  • 3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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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곳곳에서 쉽게 외국인 학생을 만날 수 있다. 이들은 한국 대학에서 깊이 있는 학습을 하기 위해 진학했다. 이를 위해 일정 수준의 한국어 실력이 필요하지만 일부 외국인 학생은 한국어 실력이 부족해 어려움을 겪는다.

중국에서 온 석우가<언정대 광고홍보학과 16> 씨는 “한국어로 진행되는 대부분의 수업을 이해하기 어려워 번역기를 사용한다”며 어려움을 전했다. 중국에서 온 마탁정<예체대 연극영화학과 17> 씨도 “대부분의 수업 내용은 알아듣지만, 쓰기와 말하기 능력이 부족하다”며 “상대방에게 잘못된 의미를 전달할까 걱정돼 조별 과제를 할 때 심적 부담이 크다”고 전했다.

일부 외국인 학생의 한국어 실력 부족 문제는 한국 학생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이아진<경영대 파이낸스경영학과 15> 씨와 익명을 요구한 광고홍보학과 재학생 A씨는 “일부 외국인 학생은 한국어 실력이 부족해 조별 과제에 참여하더라도 담당할 수 있는 역할이 제한된다”며 “한국인 학생이 외국인 유학생에 맞춰줘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이는 한국 학생뿐만 아니라 교수도 체감하고 있는 문제다. 김상진<국문대 한국언어문학과> 교수는 “한국언어문학과는 한국의 언어와 문학을 깊이 있게 배우는 학과로 한국어 회화를 잘하는 외국인 학생이라도 전공 수업을 따라가기 어렵다”며 “이를 고려해 외국인 학생을 대상으로 별도의 보충수업을 진행했다”고 전했다. 조성문<인문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도 “일부 외국인 학생의 한국어 실력 부족으로 인한 수업 진행의 어려움은 모든 교수가 경험할 것”이라며 “대다수를 차지하는 한국인 학생 중심의 수업 진행은 불가피해 외국인 학생의 피해가 더 크다”며 우려를 표했다.

우리 학교 외국인 입학 절차에 한국어 능력 기준이 없는 것은 아니다. 양캠 모두 교육부의 외국인 학생의 4년제 대학 입학 기준 권장안을 따른다. 이를 바탕으로 서울캠 학부 입학을 위한 한국어 조건은 한국어 능력 시험(이하 토픽) 4급 이상 소지자 또는 국제교육원 5급 이상 수료자다. ERICA캠의 경우, 토픽 3급 이상 소지자 또는 우리 학교 국제교육원 4급 이상 수료자다.

그러나 위 기준은 학부 과정을 이수하는 데에 적합한 수준이 아니라는 지적이 있다. 김 교수와 조 교수는 “단순히 생활하는 것이 아닌 학부 과정의 수업을 이수해야 하는 외국인 유학생에게 현 기준은 충분하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김 교수는 “외국인에게 토픽이 결코 쉽지는 않지만 대학 수업을 이수하기위해서는 더 높은 수준이 요구된다”며 현 기준의 부적합성을 강조했다.

이에 대한 해결방안으로 토픽 기준 강화와 학교 차원의 한국어 교육 지원이 있다. 김 교수와 조 교수는 “외국인 유학생의 학업 성취도를 위해 외국인 입학 전형 내 한국어 기준 강화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덧붙여 김 교수는 “입학 기준 강화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외국인 학생을 위한 별도의 한국어 교육이나 외국인 학생을 위한 교육과정 개발이 필요하다”며 현실적인 방안을 제시했다. 조 교수도 “학교 차원의 교육프로그램 제공과 더불어 한국어 논술을 전형 내 포함하는 것도 방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문제를 학교 측도 인지하지 못한 것은 아니다. 강윤이<서울캠 국제처 국제팀> 차장과 김보경<ERICA캠 국제처 국제팀> 과장 모두 “일부 외국인 학생의 한국어 실력 부족으로 인해 학생과 교수가 겪는 문제를 인지하고 있다”며 “방안 마련을 위해 노력 중”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강 차장과 김 과장은 토픽 기준 강화에 관해 “외국인 학생 유치 문제 등으로 인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답했다. 김 과장은 “단과대별 특성을 살려 유학생 관리를 위한 예산을 지원하고, 내년 2학기에 한국어 집중 교과목을 개설해 전공 수업을 수강하기 전에 교육받는 방안을 계획 중”이라고 밝혔다. 강 차장도 “외국인 학생의 학술적 한국어 향상을 위한 교육과정을 개발해 원활한 수업 진행에 일조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외국인 학생과 공존할 수 있는 교육 환경 구축을 위해 학교 구성원이 고민하고 힘쓰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우리 학교가 국제적인 학교로 한걸음 더 나아가길 바란다.

도움: 이세영 기자 chonsa1108@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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