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외교학과 교수 위안부 발언, 의도라는 학생회·오해라는 교수
정치외교학과 교수 위안부 발언, 의도라는 학생회·오해라는 교수
  • 김민주 기자
  • 승인 2019.12.02
  • 호수 1505
  • 3면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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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 연구 관련 비판 제기한 정외과 A교수 둘러싸고
조대위 “A교수의 「반일종족주의」 언급은 옹호에 가까워”
A교수 “이해를 위해 극단적인 예시를 든 것일 뿐”

정치외교학과 A교수의 수업 중 위안부 관련 발언을 두고 학생과 A교수 사이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이 논란은 정치외교학과 전공 수업에서 시작됐다. 지난 9월 20일에 진행된 ‘정치학방법론’ 수업에서 A교수는 책 「반일종족주의」 속 이영훈 교수의 ‘한국의 모든 역사학자는 민족주의 거짓말쟁이’라는 말을 인용했다. 또 A교수는 ‘한국 학자들의 일본군 위안부 연구는 5~10명이 겪은 최악의 피해 사례를 일반화한다’며 ‘이는 올바른 사회과학적 연구 방법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해당 수업을 들은 일부 학생은 이 발언이 인권을 침해했다고 느껴 정치외교학과 성평등위원회와 정치외교학과 학생회에 각각 신고했다. 이를 조사하기 위해 정치외교학과 조사-대책위원회(이하 조대위)를 꾸려졌다. 조대위는 사건 접수 직후 이번 학기 A교수의 수업을 듣는 학생을 대상으로 인권침해 사례 조사를 진행했다.

이런 사례조사를 알게 된 A교수는 지난 10월 24일, ‘정치학방법론’ 수업에서 ‘이 사례조사에서 다루고 있는 내 발언에 관해 토의해보자’는 내용의 메일을 해당 수업을 듣는 학생들에게 송부했다. 정치외교학과 학생회는 이에 반대해 대자보를 게재했다. 대자보에는 ‘이 토의는 학생 개인의 자유로운 발언과 학생자치활동에 대한 탄압’이라는 내용이 담겼다. 그러나 A교수는 토의를 강행했다.

정치외교학과 학생회는 토의 철회와 더불어 A교수에게 앞선 발언에 관한 사과와 학교 당국의 해결을 촉구했다. 지난 10월 30일, △관광학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사회학과 학생회 △사회대 학생회와 함께 정치외교학과 학생회는 ‘A교수의 일본군 위안부 관련 부적절한 발언을 규탄합니다’라는 제목의 대자보를 새로이 부착했다. 해당 대자보는 ‘일본군 위안부는 명백히 다수의 피해자가 존재하고 이를 증명하는 사료가 발굴됐다’며 ‘A교수의 발언은 역사를 왜곡하고 피해자의 인권을 침해하는 발언’이라고 주장한다. 이 대자보를 통해 정치외교학과 학생회는 △A교수의 가치편향적인 반인권·반역사적 발언과 학생권리·학생자치 탄압에 대한 공식적인 사과 △학생들이 이런 발언에 노출된 것에 관한 학교 당국의 책임과 재발 방지 대책 마련 △A교수의 발언을 교수심의위원회에 상정할 것, 3가지를 요구했다.

이후 조대위는 지난달 6일부터 3일간 사회대 구성원을 대상으로 ‘A교수 발언 규탄 서명운동’을 실시했다. 조대위는 서명운동 실시와 동시에 A교수의 문제 발언이 담긴 녹취록를 공개했다. 현재 정치외교학과 부회장과 조대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재현<사회대 정치외교학과 18> 씨는 “조사 과정에서 학생들이 시험 준비를 위해 녹음한 A교수의 수업 녹취록을 확보했다”며 “A교수가 자신의 발언을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확실한 증거인 녹취록을 공개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7일, 조대위가 실시한 ‘A교수 발언 규탄 서명운동’에 참여하고 있는 학생의 모습이다.
▲ 지난달 7일, 조대위가 실시한 ‘A교수 발언 규탄 서명운동’에 참여하고 있는 학생의 모습이다.

조대위의 입장과 달리 A교수는 본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조대위의 주장은 오해에서비롯된 것”라고 말했다. 우선 A교수는 “10월 말까지 수업 중에 한 발언에 관한 문제 제기를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며 “한국어가 능하지 않은 외국인 교수에게 상황을 설명하지 않고 발언을 공론화한 것은 인권 침해”라고 조대위의 행동을 비판했다. 더불어 A교수는 “사회대 1층에 게시된 대자보가 한국어로만 쓰여 있어 외국인 학생들은 내 발언에 관한 논란을 인지하지 못했다”며 “이는 우리 대학의 외국인 학생에 대한 심각한 인권 침해”라고 덧붙였다.

이어 A교수는 조대위의 입장에 관해 “이영훈 교수의 발언을 합의된 사실, 주류 의견, 지배적인 패러다임에 도전하는 극단적인 예로 인용했다”고 해명했다. 더불어 A교수는 “수업시 공정한 토론을 위해 다양한 작가의 관점을 소개한다”며 “이를 통해 학생들이 자신만의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돕는 것이지 나의 의견을 드러내는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또 “사회과학 연구에 있어 과학적인 방법을 사용하는 연구자는 과거의 모든 모순된 증언이나 기억을 전해야 한다”며 “위안부 연구를 비판한 것은 일부 과학적인 방법을 사용하지 않은 학자들을 향한 것”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학생 B씨는 “A교수의 여러 수업을 들었을 때 A교수는 ‘학문의 영역에서는 어떠한 비판도 가능해야 한다’고 말한다”며 “위안부 연구에 관한 비판은 같은 맥락에서 이뤄진 발언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A교수는 수업 시간 중 진행된 사례조사에 관한 토의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A교수는 “학생들이 나에 관한 불만을 내게 먼저 말하지 않고, 내 수업을 녹음해 학생회에 전달하고 학생회에 먼저 불만을 표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며 “내 발언 중에 문제가 있는 발언이 있다면 수업 시간에 모든 학생들이 있는 곳에서 피드백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학생 C씨와 D씨는 “성적을 주는 교수님 앞에서 어떻게 교수님의 말이 불쾌했다고 말할 수 있냐”며 “교수님이 아무리 자유롭게 토의하자 제안해도 솔직한 생각을 말하기 꺼려지는 것이 현실”이라고 입을 모았다. A교수는 “성적으로 권력을 행사하는 것은 나의 가치관에 반하는 것”이라며 학생들의 불안에 반박했다.

A교수가 조대위에서 진행한 서명운동을 비하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D씨는 “A교수가 외국인 학생들에게 ‘서명운동’이라는 말을 따라해 보라고 시키고 ‘다 같이 서명운동하는 것을 구경하러 가자’고 했다”고 증언했다. 익명을 요구한 학생 E씨는 “서명운동을 하던 학생들에게 악수를 청하고 ‘Good Luck’이라고 말하는 걸 봤다”며 “서명운동을 애들 장난쯤으로 여기는 것 같다”고 말했다. A교수는 “유머러스하게 외국인들에게 ‘서명운동’이 있다는 것을 알리려 했다”며 “서명운동하는 이들을 비하하려는 의도는 없었다”고 밝혔다.

인권센터는 현재 A교수의 발언을 조사하고 있으며 정치외교학과 학생회는 지속적으로 A교수에게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A교수는 ‘사과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A교수는 “만약 학생들이 정말로 내가 사과하기를 바라는지 투표를 통해 확인해보자”고 말했다. 이에 ‘A교수의 사과 여부’를 두고 ‘정치학방법론’ 수업을 듣는 학생을 대상으로 투표가 진행될 예정이다.

A교수는 “학생이 내 발언을 근거로 내가 편향된 시각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건 오해거나 나의 실수일 것”이라고 현 상황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반면 김 씨는 “A교수가 편향적인 입장이라는 것에 90% 이상의 학생이 동의함을 확신한다”며 “공식적인 판단은 교수심의위원회와 인권센터에서 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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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주 2019-12-02 19:33:01
정치외교학과 A교수의 요청으로 지난달 19일에 진행된 본지와의 단독 인터뷰 녹취록 전문과 정치외교학과 학생회의 대자보를 함께 올립니다.
이 녹취록에는 인터뷰 외에, A교수의 추가 답변이 포함돼 있습니다.

김민주 2019-12-02 19:33:32
정치외교학과 A교수 인터뷰 녹취록 전문
https://drive.google.com/file/d/1Dd7p2uQe8gG6_I8XaU-rzo3WZCfUXMWp/view?usp=drivesdk

김민주 2019-12-02 19:36:00
정치외교학과 학생회 대자보
https://www.facebook.com/permalink.php?story_fbid=1731865013611790&id=1000036492463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