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 기자는 똑똑해야죠
[취재일기] 기자는 똑똑해야죠
  • 김민주 기자
  • 승인 2019.12.02
  • 호수 1505
  • 10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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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민주<대학보도부> 부장


수습기자부터 현재 대학보도부 부장까지, 필자는 2년간 ‘한양대학교 학생’보다 ‘한대신문 기자’로 살아왔다. 필자의 대학 생활 전부였던 한대신문에서 보낸 시간들을 뒤돌아보며 ‘부끄러운 기자’였던 적은 없는지 성찰해 본다.

한대신문 기자로서 필자가 처음 쓴 기사는 ‘ERICA 확운위, 학우를 위한 논의 지속해야’다. 확대운영위원회가 의결기구라는 것조차 모르고, 회의록에 나온 디자인대의 문제 역시 무엇인지 모른 채, 그저 선배가 시키는 대로 비슷한 유형의 기사 예시를 토대로 원고를 작성했다. 그리고 필자는 간사님께 질책 받았다. “너 확운위가 뭔지는 알아?” 간사님의 물음에 필자는 ‘아니요’, 이 한마디밖에 할 수 없었다. 그 후 필자는 ‘내 기사에 적어도 내가 모르는 걸 싣지는 말자’하고 다짐했다.

하지만 이 다짐을 지키기란 쉽지 않았다. ‘현실과 이상 사이, 누리봄교실’을 취재하며 필자는 무엇이 ‘사실’인지 파악하기 힘들었다. 누리봄교실을 운영하는 우리 학교 중앙동아리 ‘한양어린이학교’와 한양대병원의 이야기를 모두 들어봤을 때, ‘교실 변경에 동의한 주체’에 관해 양측의 말이 미세하게 어긋났기 때문이다. 필자는 이를 인지하지 못하고 기사를 작성했고 편집국장님께 피드백을 받으며 그제야 한양어린이학교와 한양대병원의 말이 충돌하고 있음을 알아챘다. 조판을 5시간 남긴 시점에서 더 이상 취재할 시간은 없었다. 그렇게 기사는 그 어긋남을 얼버무린 채 지면에 인쇄됐고 배포됐다.

이 후회를 안고 ‘돈 없으면 졸업 못 해요, 원래 의미가 퇴색된 졸업 전시’ 기사 취재를 시작했다. 필자가 쓴 기사는 ‘학생들에게 졸업 전시는 많은 부담을 준다’는 문제의식에서 시작했기에 졸업 전시에 관한 해결책 제시는 필수였다. 그러나 졸업 전시를 개선해야 한다는 교수는 좀처럼 만나기 힘들었고, 필자는 어느 순간부터 인터뷰이에게 필자가 원하는 답변을 유도하고 있었다. ‘학생들이 졸업 전시를 하기 위해서 대출까지 받는데요. 이런 금전적인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요? 학교가 너무 소극적인 지원을 하는 것이 아닌가요?’ 전문가들은 ‘그렇긴 그렇다’며 어쩔 수 없이 필자의 질문에 답을 했고 필자는 이에 만족하며 기사를 작성했다.

하지만 ‘이 말은 인터뷰이가 하고 싶었던 말은 아닌데’하는 생각과 ‘인터뷰이가 이렇게 기사 썼다고 비판하면 어떡하지’라는 두려움이 기사를 작성하는 필자의 손을 짓눌렀다. 어떻게든 인터뷰를 했다고, 미흡한 취재에 행복해하던 그때의 필자가 정말로 바보 같았음을 깨달았다. 신문이 발간되고 긴 시간이 지나서야 필자는 그 두려움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2년간의 한대신문을 통해 필자가 뼈에 새긴 경험 하나. 부실한 취재는 무지로 이어지고, 무지는 오보를 만든다. 그동안 오보가 없었음에 감사하기보단 부실하고 미흡한 취재로 나온 불안전한 기사에 부끄러울 뿐이다. 필자의 한대신문은 필자의 꿈인 ‘기자’를 향한 첫걸음이다. 한 치의 거짓이 없는 기사만을 작성할 수 있는 똑똑한 기자가 되기 위해, 부디 한대신문에서 배운 것들을 잊지 말기를 미래의 필자에게 당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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