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산곶매] 두 언더독, 과정도 결과도 달랐다
[장산곶매] 두 언더독, 과정도 결과도 달랐다
  • 김종훈 편집국장
  • 승인 2019.11.04
  • 호수 1503
  • 7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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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종훈<편집국장>

두산베어스의 V6와 워싱턴내셔널스의 창단 후 첫 우승. 

2019년 가을 야구가 막을 내렸다. 한국시리즈는 두산의 4연승으로 조금은 싱겁게 끝났다. 앞선 *포스트 시즌 경기에서 LG트윈스와 SK와이번스를 격파하며 기세를 올리던 키움히어로즈는 정작 본무대에서는 단 한 경기도 잡지 못하며 내년을 기약해야 했다. 반면 월드시리즈는 7차전까지 가는 끝장 승부 끝에 워싱턴이 짜릿한 역전승을 거두며 구단 사상 최초로 정상에 올랐다. 7차전까지 간 월드시리즈 덕에 한국 야구팬들은 4차전 만에 끝난 한국시리즈로 허전했던 마음을 조금은 달랬다. 

우리나라의 키움과 미국의 워싱턴은 나라는 다르지만, 언더독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었다. 언더독은 사회과학 분야에서 유래된 말로, 상대적 약자를 이르는 말이다. 키움은 최근 이정후, 박병호, 서건창 같은 주축 선수를 앞세워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지만, 12년의 짧은 역사를 가진 대표적인 언더독 구단이다. 한국시리즈 진출 경험은 있지만 우승 경험이 없다. 워싱턴도 마찬가지로 우승 경험이 없고, 올해 처음으로 월드시리즈에 올랐다. 

두 팀은 모두 언더독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최종전에 올랐지만, 워싱턴은 우승의 기쁨을 맛봤고 키움은 아쉬움을 남겨야 했다. 하지만 결과만 달랐던 것이 아니다. 워싱턴은 첫 월드시리즈에서 기적을 이루며 축하를 받았지만, 키움은 우승도 놓치고 야유도 받아야 했다.

그 이유는 바로 키움의 3루수 송성문 선수의 트래시 토크(trash talk) 때문이다. 트래시 토크는 스포츠 경기 중 상대 선수에게 쓸데없는 말을 거는 행위를 말한다. 가장 대표적인 트래시 토크가 상대 선수에 대한 조롱과 무시다. 송 선수는 한국시리즈 1차전 *더그아웃에서 팔꿈치 수술을 받은 적이 있는 이형범 선수에게 “팔꿈치 나갔어!”라고 외치는가 하면, 경기 중 통증을 느끼고 교체되는 김재호 선수에게 “경기 끝나고 햄스트링 수술, 2년 재활!”이라고 소리쳤다. 

일반적으로 더그아웃에서 하는 말은 경기장에 있는 선수가 아니면 듣기 어렵다. 하지만 이 내용이 담긴 영상을 외주업체 직원이 올리며 논란은 일파만파 커졌다. 논란이 된 직후, 해당 영상은 삭제되고, 당사자인 송 선수는 다음 날 바로 사과했다. 하지만 논란은 사그라지지 않았다. 그가 과거에도 비슷한 트래시 토크를 했다는 말이 돌았기 때문이다. 

트래시 토크 자체도 문제였지만, 부상 경력이 있는 선수 혹은 부상을 당한 선수에게 조롱하는 말을 내뱉는 건 같은 운동선수로서 해서는 안 될 언사였다. 또한 이런 막말은 경기를 과열시켜 자칫 선수들 간의 큰 싸움으로 번질 우려가 있다. 

이와 별개로 송 선수는 1차전을 포함해 4경기 동안 키움에서 가장 뛰어난 활약을 펼쳤다. 안타를 치고 나가도 그에게 쏟아진 건 박수가 아닌 야유였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는 뛰어난 활약을 펼쳤지만, 키움은 한 경기도 잡지 못했다. 결과론이긴 하지만 그의 막말이 흔든 건 상대방이 아니라 같은 팀이었는지도 모른다. 

워싱턴은 키움과 반대로 과정에서도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줬다. 월드 시리즈 마지막 경기 워싱턴의 선발투수는 맥스 슈어저였다. 그는 당초 5차전에 나서기로 했지만, 목과 등 부상으로 경기에 출장하지 못했다. 당연히 7차전에도 등판이 어려울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그는 주사 치료를 받고 통증을 안은 채로 마운드에 올랐다. 결과는 성공이었다. 5회까지 2실점으로 휴스턴 타선을 잘 막아냈다. 

부상 투혼뿐 아니라 경기가 끝난 뒤 슈어저의 인터뷰도 일품이었다. 슈어저는 “우승은 우리가 가장 위대한 팀이고, 난 그 위대한 팀의 멤버라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승의 영광을 팀원들과 나누고, 자신은 단지 팀의 일원이었을 뿐이라며 겸손한 모습을 보여줬다. 워싱턴과 슈어저의 2019년 가을은 더할 나위 없이 잘 마무리됐다. 


*포스트 시즌: 스포츠 종목에서 정규리그가 끝난 뒤 최종 우승팀을 가리기 위해 하는 경기를 말한다.
*더그아웃: 경기에 직접 뛰지 않고 있는 선수단 구성원이 자리를 잡고 대기하는 장소를 의미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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