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뮤니케이션디자인학과 미투사건 5년만에 마무리, 과제는 남겨
커뮤니케이션디자인학과 미투사건 5년만에 마무리, 과제는 남겨
  • 황수진 기자
  • 승인 2019.11.04
  • 호수 1503
  • 1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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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승<ERICA 교무처> 처장이 질문에 대한 답을 하고 있다.

‘커뮤니케이션디자인학과 미투사건 설명회’(이하 설명회)가 지난달 30일 ERICA캠퍼스 디자인교육관 111호에서 진행됐다. 설명회는 커뮤니케이션디자인학과 A교수 성폭력 사건의 경과보고를 위해 개최됐다. 설명회는 △인권센터 △학교 △학생대표가 참여해 △사건 개요 및 설명 △사건 징계내용 △2019학년도 2학기 A교수 복직에 대한 학생회 대응보고 △질의응답 순으로 진행됐다.    

커뮤니케이션디자인학과 미투사건의 시작은 2015년이다. 피해자인 커뮤니케이션디자인학과 졸업생 B씨는 2015학년도 1학기에 교환학생을 갔다. 당시 학교 내 교환 프로그램 담당 교수였던 A교수가 상해에 방문해, B씨와 저녁을 먹었다. 이후 A교수가 B씨의 손을 잡고, 허리를 감싸는 등의 행위를 했고, B씨는 이에 불쾌감을 느껴 자리를 피했다.

사건 발생 2년 뒤인 지난 2017년 B씨는 우리 학교 신문고에 A교수의 성폭력 사실을 신고했다. 인권센터가 성폭력 사건을 접수해 조사에 착수하기 위해선 신고자의 이름이 필요하다. 그러나 B씨는 자신의 신원 공개를 거부했고, 사건 조사는 진행될 수 없었다. 그러다 지난해 미투 운동에 용기를 얻은 B씨는 자신의 신원을 밝혀 직접 커뮤니티에 고발 글을 작성해 인권센터는 조사를 시작했다. 

이 사건으로 소집된 *인권심의위원회에서 만장일치로 A교수에 대한 징계가 필요하다는 의결이 이뤄졌고, 학교는 지난해 3월 10일부터 A교수를 수업에서 배제하고 3월 12일부터 △신고인 상담 △참고인 면담 △피신고인 조사를 시작했다. 그 후, 조사 결과에 따라 8월 16일 징계위원회는 A교수의 직위 해제 및 정직 3개월 처분을 내렸다. 징계위원회 조치에 따라 A교수는 올해 1월 23일까지 정직 처분을 받아, 2019학년도 1학기에 복직이 예정돼 있었지만, 공황장애를 이유로 6개월 휴직을 신청했다.

지난 8월 31일로 6개월의 휴직이 끝난 A교수는 2학기 복직 절차를 밟았다. 하지만 A교수의 복직은 학생들의 반발로 무산됐다. 커뮤니케이션디자인학과 학생회장 차승민<디자인대 커뮤니케이션디자인학과 15> 씨는 “학생회는 6월 말 A교수 복직 공문을 학교로부터 전달받았고, 이에 대한 커뮤니케이션디자인학과 학생 의견 수렴 설문조사를 실시했다”며 “총원 241명 중 204명이 설문조사에 응했고, A교수의 복직 반대 의견이 97%로 매우 높았다”고 말했다. 차 씨는 “이후 디자인대 학생회장, ERICA캠 총학생회장과 A교수 복직 문제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고, 효율적인 대응을 위해 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를 설치했다”고 설명했다. 대책위는 7월 31일 △이한승<교무처> 처장 △인권센터 관계자 △학생지원팀 관계자와 간담회를 진행했고, △A교수 복직 반대 △A교수의 사과문 및 재발 방지 서약서 작성 △정직 최대기간 3개월을 12개월로 확대 △학생대표의 인권심의위원회 참가 자격 부여 △A교수 징계 과정 설명회 개최 등의 5가지 요구사항을 내걸었다.

대책위의 요구사항은 대부분 수용됐다. A교수의 복직은 2020학년도 1학기로 미뤄졌고, 지난 9월 3일과 12일 각각 A교수의 사과문과 성폭력 사건이 또다시 발생할 시 민·형사처벌을 받겠다는 내용의 재발 방지 서약서가 작성됐다. 또 학생대표가 특별위원의 자격으로 인권심의위원회에 참가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됐다. 이외에도 박범영<학생처> 처장은 “이번 일을 계기로 인권센터 내 프로그램을 강화했다”며 “법적으로 자문할 수 있는 전문가를 모셨고, 모든 교수에 대한 성폭력 예방 방지 교육 의무화가 내년부터 이뤄진다”고 밝혔다. 김영희<학생처 인권센터> 수석 연구원은 “신고인 보호를 위해 모든 절차에서 신고자의 신원이 드러나지 않도록 철저하게 익명 처리하며 피신고자에게 피신고인 서약서를 작성케 해 2차 가해를 방지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총학생회에서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는 교수 징계 규정 강화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 처장은 “*정관을 개정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며 “학교 측에 건의해봤지만, 정직 3개월이 관례에 따른 가장 강한 중징계라 바꾸기 쉽지 않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말했다. ERICA캠 총학생회장 송현규<경상대 보험계리학과 16> 씨는 “다른 학교 교직원 징계 규정보다 우리 학교 징계 수위가 현저히 낮아 정직 기간을 3개월에서 12개월로 강화가 필요하다”며 “다만 정관 개정을 위해서는 학교 와의 소통이 많이 필요해 지속적인 논의로 징계 규정 강화가 이뤄지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커뮤니케이션디자인학과 학생 대상으로 진행된 설문조사다.

또 A교수 복직 이후 발생할 수 있는 문제에 대한 방안이 없어 학생들의 우려가 크다. 익명을 요청한 커뮤니케이션디자인학과 학생 C씨는 “듣고 싶은 수업이어도 A교수가 담당하고 있어 못 듣는 학생이 있을 경우 수업 선택권 및 학습권 침해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커뮤니케이션디자인학과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중 ‘A교수의 수업을 수강할 의향이 있다.’ 문항에 87.8%가 ‘어떤 상황에서도 수강하지 않겠다’고 답변해 C씨의 우려가 현실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대해 차 씨는 “A교수의 복직 이후 발생할 문제에 대한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전했다.

커뮤니케이션디자인학과 미투사건은 마무리됐다. 성폭력 예방 조치도 한층 강화됐다. 하지만 아직 A교수가 복직해 발생할 수 있는 문제에 대한 방안이 마련되지 않았고, 교수징계 강화가 이뤄지지 않았다. 이 문제에 대한 학교 측의 향후 행보에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한 때다.   


*인권심의위원회: 대학 내 인권 친화적 문화 정착, 성희롱·성폭력을 포함한 인권침해 예방대책 마련 및 사건의 조사와 처리에 관한 사항을 심의·의결하는 기구다.
*정관: 법인의 목적, 조직, 업무 집행 따위에 관한 근본 규칙을 적은 문서다.
도움 신호준 수습기자 shojun@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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