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의 스마트폰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보행 중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사람을 지칭하는 ‘스몸비(Smombie)’가 등장했다. 스몸비는 스마트폰(Smartphone)과 좀비(Zombie)의 합성어로, 보행 중 스마트폰 화면에 시선을 고정하고 주변 상황은 살피지 않은 채 좀비처럼 걸어 다니는 사람을 비유한 말이다.
지난해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가 발표한 보행 중 주의 분산 실태와 사고 특성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2014년부터 2016년까지 스몸비로 인해 발생한 교통사고는 총 3천8백여 건에 이른다. 또한 보행자 주의 분산에 따른 ‘차와 사람 간 교통사고’는 약 6천4백30건으로 추정되며, 이중 61.7%가 스마트폰 사용 중에 발생했다. 이렇듯 보행 중 스마트폰 사용으로 인한 안전사고 발생률이 높아지면서 스몸비에 대한 문제 해결이 심각한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스몸비는 자신의 안전뿐만 아니라 타인의 안전까지 위협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안전행정부에 따르면 보행 중 스마트폰을 사용하면 시야 폭이 56% 감소하고, 전방 주시 정도는 15%가량 떨어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고준호<공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스몸비가 위험한 이유에 대해 “보행 중 스마트폰을 보면 시선이 아래로 향하기 때문에 시야가 좁아져 인지할 수 있는 영역이 줄어든다”며 “위험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인지 반응속도가 늦어지기 때문에 사고 위험이 커진다”고 전했다. 정진영<인문대 사학과 16> 씨는 “스마트폰을 사용하며 횡단보도를 지나가다가 빨간불로 바뀐 것을 확인하지 못해 자동차와 충돌할 뻔했다”며 스마트폰으로 인한 사고의 경험을 전했다.
여러 기관은 스몸비로 인한 안전사고를 막기 위해 사이버안심존, 바닥 신호등 등의 스몸비 안전사고 예방책을 내놓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청소년의 보행 중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사이버안심존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해 스마트폰을 이용하면서 5~7걸음을 이동할 경우 화면이 자동으로 잠기는 ‘스몸비 방지기능’을 선보였다. 또한 지자체는 스몸비의 횡단보도 교통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보행 신호와 연동되는 신호등을 바닥에 설치했다. 이외에도 서울시에서는 유동인구가 많고, 교통사고가 잦은 △강남역 △서울시청 앞 △연세대 앞 △잠실역 △홍익대 앞 등 5개 지역에 교통안전표지 50개, 보도 부착 표시판 250개를 설치했다.
일각에서는 위와 같은 대책들이 근본적인 스몸비 안전사고 문제를 근절할 수 없기 때문에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실제 미국 하와이주 호놀룰루시는 도로에서 휴대전화를 들여다보거나 사용하는 보행자에게 15달러에서 35달러의 벌금을 부과하는 법안을 도입했다. 스몸비의 법적제재에 대해 고 교수는 “스몸비 처벌에 대한 공평한 기준과 정확한 실행 도구가 없기 때문에 스몸비를 처벌하는 것은 어렵다”고 부정적인 의견을 보였다.
안전한 보행 환경을 위해 대책에 앞서 개개인의 의식 제고가 우선돼야 한다. 최승미<한국정보화진흥원 서울스마트쉼센터> 책임상담사는 스몸비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개개인의 디지털 시민의식이 성장해야 함”을 강조하며 “언제나 사고는 찰나의 순간에 발생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타인에 대한 배려를 갖추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전했다. 또한 최 책임상담사는 “스마트폰 사용 에티켓을 행동화·습관화하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 스몸비를 줄이기 위한 여러 대책에 앞서 보행자 스스로가 위험성에 대한 경각심을 갖는 일이 선행돼야 한다.
사진 오수정 기자 sujeong5021@hanyang.ac.kr
도움: 고준호<공대 도시공학과> 교수
최승미<한국정보화진흥원 서울스마트쉼센터> 책임상담사
김민주 기자 mheve99@hanyang.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