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미스코리아’는 없다
더 이상 ‘미스코리아’는 없다
  • 전다인 기자
  • 승인 2019.11.04
  • 호수 1503
  • 4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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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 여성의 진선미를 세계에 자랑할 미스코리아 선발’이라는 모토로 출발한 미스코리아 대회는 한국일보가 1957년부터 주최한 미인대회다. 이 대회는 1989년 시청률이 54%에 달할 정도로 인기가 높아졌고, 이 인기에 더불어 전국 곳곳에서는 고추 아가씨 대회, 미스 각선미 대회 등 유사한 미인대회가 열리곤 했다.  

하지만 1990년대 후반부터 ‘성 상품화’와 ‘외모지상주의’ 논란에 휩싸이며 2002년부터는 지상파에서 더 이상 대회 중계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특히 지난 2016년 대전여성단체연합은 여성을 성 상품화하는 대회에 반대한다며 “대전, 충남 미스코리아 선발대회와 업무 협약을 맺은 대전 중구청은 이를 철회하라”는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미스코리아 대회가 가장 크게 비판 받아온 지점은 ‘성 상품화’다. 성 상품화란 성을 하나의 상품으로 취급하는 현상으로 성이 직접 판매 되는 것 외에도 △광고 △비디오 △영화와 같은 매체에서 소비자들에게 성적인 자극을 유발해 구매를 유도하는 것을 포함한다. 미스코리아 대회는 성 상품화 비판을 의식해 2004년에는 ‘미스코리아의 상징’이라고 불리는 수영복 심사를 잠시 중단하기도 했다. 올해 열린 2019 미스코리아에서도 수영복 심사를 폐지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코르셋과 결합해 몸매를 강조하는 한복을 입도록 한 채 런웨이에 올려 또다시 논란이 일었다. 류웅재<사회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이런 미스코리아 대회에 대해 “성 평등에 대한 논의가 활발한 시대에 성적 자극을 내세우는 미스코리아 대회는 시대에 역행하는 것”이라 지적했다.

그 외에도 미스코리아 대회는 ‘외모지상주의’를 부추긴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여성을 외모로 판단해 점수를 매기는 것이 획일화된 미의 기준을 만들고, 그것이 영향력 있는 매체인 TV를 통해 대중들에게 확산되며 ‘여성의 아름다움’을 전형적으로 고정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미스코리아 대회는 여성들을 평가해 아름다움을 가리고 수상하며 ‘아름답고 섹시한 여성’이 되기 위한 방법과 과정, 그리고 그런 여성들이 누릴 혜택까지도 확실하게 보여준다. 이로 인해 여성은 젊고 아름다워야 하며 그것을 유지하는 것이 소위 ‘여성들의 자기 개발’이라는 인식을 심어 놓는다. 류 교수는 “미디어를 통해 특정한 성이 획일적으로 재현된다면 당사자는 이 가치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된다”며 “신체 사이즈나 외모로 여성을 규정하는 것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지난 3월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는 전국 19세 이상 505명을 대상으로 ‘미인 선발 대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설문을 진행했고, 그 중 응답자 49.4%가 ‘폐지가 바람직하다’고 답했다. 이런 인식 변화에도 불구하고, 미인대회에 대한 구시대적인 가치관을 고수하는 것은 어리석은 행동일 뿐이다. 

각종 미인대회가 사라지고 있는 만큼, 그 대표격인 미스코리아도 하루 빨리 시대의 흐름에 발맞춰 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 

전다인 기자 jdi5588@hanyang.ac.kr
도움: 류웅재<사회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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