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창작물, 저작권 문제를 톺아보다
인공지능 창작물, 저작권 문제를 톺아보다
  • 우지훈 기자
  • 승인 2019.11.04
  • 호수 1503
  • 4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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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영국 한 갤러리에서 인공지능 로봇의 개인 전시회가 열렸다. 옥스퍼드대 연구진이 개발한 인공지능 로봇 ‘아이다(AI-Da)’의 전시회였다. 아이다는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통해 △드로잉 8점 △영상 2점 △조각 4점 △회화 20점 등을 창작해 전시했다. 마이크로소프트에서 개발한 인공지능 로봇 ‘샤오이스’ 역시 시인 519명의 작품 수천 편을 100시간 동안 학습하고 1만 편의 시를 만들어 「햇살은 유리창을 잃고」라는 시집을 출간했다.

이렇듯 인간만이 할 수 있다고 여겨졌던 예술 활동을 인공지능이 하는 시대에 이르렀다. 과학기술이 발전을 거듭할수록 인공지능은 더 많은 정보를 재빨리 학습하고 다양한 창작 활동을 한다.  

인공지능 ‘예술가’는 어떻게 창작을 하나
인공지능이란 인간의 지능으로 할 수 있는 사고를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실현하는 기술을 말한다. 인공지능은 *기계학습을 통해 기존의 다양한 예술 작품 정보를 습득해 규칙을 추출하고, 이에 따라 새로운 결과물을 창작할 수 있게 된다. 이 과정은 인간이 기존의 작품을 감상하며 습득한 지식을 바탕으로 창작 활동을 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교구<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 교수는 “글, 사진, 음악 등 수많은 정보를 인공지능 프로그램에 제공하면 이 프로그램 내 생성자가 새로운 정보를 만들고, 이 정보를 판별자가 기존 정보와 비교하는 훈련 작업을 거친다”며 “이 작업을 거친 뒤 생성된 정보가 참에 수렴되면 이 정보를 무작위로 변화시켜 창작물을 만들어낸다”고 말했다. 

한편, 기계학습을 해야만 하는 인공지능은 창작 과정 중 저작권 문제를 일으킬 여지가 있다. 유용한 정보를 발굴해 분석할 때 만약 그 정보가 저작권법으로 보호되는 저작물이라면 저작권을 침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인공지능이 수행하는 작업이 ‘예술’ 창작 활동이라면 기계학습 과정에서 기계가 수집하는 정보는 소설, 음악, 회화 등으로 엄연한 저작물인 예술 작품이다. 

하지만 이에 관해 박성호<법학전문대학원 지적재산권전공> 교수는 “인공지능 고유의 과정상 발생하는 저작권 침해 문제 때문에 인공지능 개발이 방해받지 않도록 하기 위해 각국 저작권법에서는 인공지능의 학습 과정이 저작권 침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저작권 제한 규정을 마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인공지능이 학습하는 정보 자체가 저작권법으로 보호되는 저작물이라면 정보 수집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저작권 침해가 발생할 수 있다. 그렇지만 우리 저작권법은 이 과정상 발생할 저작권 문제에 관해 예외를 둬 인공지능 및 관련 문화예술 산업의 발전을 보장하고 있다.

가까워진 인공지능 시대, 제도는 ‘공백’
그렇다면 인공지능이 창작한 작품은 저작권 보호를 받을 수 있을까. 한국 저작권법 제2조 제1호는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을 저작물로서 보호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창작 행위가 법으로 보호받기 위해서는 인간이 창작해야 한다는 것이 전제돼 있다. 인간이 창작한 게 아닌 인간의 지시에 따라 인공지능이 스스로 창작한 경우 현행 저작권법으로 보호되는 저작물에 해당하지 않는다. 박 교수는 “현행 저작권법상 인공지능이 스스로 창작한 예술 작품은 저작물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인공지능이 인간이 아닌 이상 저작권법에서 말하는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라 말했다. 

다가온 인공지능 시대, 인공지능과 같은 인간 이외 주체가 창작 활동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그 창작물을 보호할 수 있는 제도의 공백은 인공지능 산업 전체에 혼란을 일으킬 수 있다. 인공지능 창작물에 법적 보호가 없다면 권리자가 없는 저작물이 돼 아무나 자신의 창작물인 것처럼 속여 공표할 수 있고, 이는 인공지능 개발이나 구매에 자본과 노력을 투자한 프로그램 개발자나 사용자의 발전 및 활용 의욕을 저하한다. 이 교수는 “인공지능의 창작 활동을 어떻게 수용하고 발전시켜 나갈 것인지에 관한 윤리와 제도 차원의 논의가 필요하다”며 “이와 관련한 제도적 공백은 인공지능 산업 전체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인공지능 창작물의 저작권, 그 향방은?
최근 인공지능 개발자와 인공지능 사용자 중 누가 저작권을 가져야 하는지에 관해 학계의 의견이 분분하다. 인간이 단순히 창작 명령만 내리고 인공지능이 창작 활동을 전담할 때 그 창작에 사용자의 기여보다 인공지능 개발자의 기여가 크기 때문에 인공지능 개발자도 저작권을 가져야 한다는 주장이 지지를 받고 있다. 박 교수는 “학자들 간 논의된 내용 중 하나로 인공지능에 지시를 내린 사용자, 인공지능의 개발자 모두를 저작자로 인정할 수 있지 않냐는 견해가 제시된 적이 있다”고 밝혔다. 이 교수 역시 “인공지능 프로그램을 사용한 사람만 권리 주체로 인정하기엔 무리가 있다”며 “인공지능의 알고리즘이 어떤 정보를 사용할 것인지는 개발자의 지식과 경험이 크게 기여하기에 개발자의 저작권도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나날이 발전하는 기술과 함께 인공지능도 창작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시대가 이미 가까워졌다. 기술 발전에 부합하는 법 제도의 개선이 신중하고 빠르게 추진돼야 할 시점이다. 


*기계학습: 인공지능이 사물을 분별하도록 정보를 분석할 수 있는 알고리즘을 형성하는 과정을 말한다. 

도움: 박성호<법학전문대학원 지적재산권전공> 교수
이교구<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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