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고라] 진정한 해결 위해 필요한 한걸음의 양보
[아고라] 진정한 해결 위해 필요한 한걸음의 양보
  • 정주엽 부편집국장
  • 승인 2019.10.13
  • 호수 1502
  • 6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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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편집국장
▲ 정주엽<부편집국장>

누구도 한걸음 물러서지 않는다. 이해관계의 첨예한 충돌과 간극. 양측의 그 좁고도 넓은 틈새를 어떻게 메울 수 있을까.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처우 개선을 요구하며 다시 한번 파업에 나선다. 교육 당국과의 임금 교섭에서 현격한 입장차를 드러낸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오는 17~18일 양일간 2차 총파업을 예고했다. 지난 7월 1차 총파업 당시, 전국 수천 개 학교의 급식 및 돌봄교실 운영에 차질이 생기기도 했다. 교육 당국은 또 한 번의 파업을 막기 위해 근속 수당 급간 간격 500원 인상과 기본급 1.8% 인상 등을 제시했지만, 이번 파업을 주도하고 있는 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는 △근속 수당 급간 간격 5000원 인상 △기본급 5.45% 인상 △직종 간 정기 상여금·맞춤형 복지 상향 통일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렇듯 서로의 눈높이가 다른 탓에, 교육 당국과 노동자 사이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현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선 양측 모두의 양보가 중요하다. 먼저 교육 당국은 학교 비정규직의 실질적 업무 환경 개선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특히 급식 조리 같이 안전사고의 위험에 노출된 학교 비정규직들이 아직도 많다. 그럼에도 이들은 비좁은 휴게실에서 짧은 휴식을 취하며 엄청난 노동 강도를 버텨내는 수밖에 없다. 교육 당국은 이들의 업무 환경 개선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만한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 

또한 학교 비정규직에 대한 고용 안정과 처우 개선의 구체적 방안 역시 갖춰져야 한다. 영어 회화, 스포츠 강사 등의 기간제 비정규직은 정부의 가이드라인에 따라 정규직 전환 대상에서 배제됐다. 이들은 현재 무기 계약직으로의 전환을 요구하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를 대선후보 시절부터 공약으로 내걸었던 만큼, 높아진 그들의 기대감을 충족시키지 못한 것은 일차적으로 정부의 책임이다. 더욱이 정부는 관련 재정 부담을 지자체와 교육청에 떠넘기며 현재와 같은 파업 형국을 초래했다. 따라서 정부는 파업 노동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정규직이 될 수 있는 길을 작게나마 열어줘야 한다.

한편, 파업에 뛰어든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도 현실을 이해하고 타협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들의 처우가 여전히 불충분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들이 요구하고 있는 일반 공무원에 준하는 대우를 해주기엔 현실적으로 무리가 따른다. 더구나 이들 상당수의 직종에서 무기 계약직으로의 전환이 이뤄졌으며, 각종 수당 역시 인상됐다. 여러 면에서 개선이 이뤄지고 있음에도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의 파업은 2012년 이래 거의 매년 일어나고 있다. 해마다 반복되는 파업으로 그들의 업무를 대신 수행하고 있는 교사들은 물론 온전한 학교 시스템을 누려야 할 학생과 학부모까지 곤란을 겪고 있다. 그들의 잦은 파업에 피로감을 느껴서일까. 최근엔 그들의 요구가 시험이라는 절차를 통해 들어온 정규직과의 형평성에 비춰볼 때 공정하지 않다는 여론이 대세가 됐다.

진정한 문제의 해결을 위해선 모두의 한걸음 양보가 절실하다. 상대적 ‘갑’인 정부가 ‘을’인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위해 한걸음 물러나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런 정부의 교섭에 비정규직 노동자들도 현실 감각을 갖고 응할 필요가 있다. 하루빨리 사태가 해결되길 진심으로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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