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VFX
우리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VFX
  • 전다인 기자
  • 승인 2019.10.13
  • 호수 1502
  • 4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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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한국 영화 100주년이 되는 기념비적인 해다. 한국은 영화 산업의 역사가 그리 길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세계 영화 산업에 많은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특히 세계 영화 시장에서 한국의 시각특수효과(이하 VFX)는 크게 주목받고 있다.

VFX, 너는 누구니?
VFX란 촬영이 불가능하거나 실물을 사용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는 장면을 연출하기 위해 이용되는 기법과 영상물을 통틀어 가리킨다. 김미라<한국영상대 특수영상제작과> 교수는 “컴퓨터로 생산해내는 모든 이미지 작업들을 포함해 특수 분장이나 소품, 미니어쳐 등을 VFX라 통칭한다”고 설명했다. VFX는 △「라이언 킹」의 사자 △빌딩을 오르는 킹콩 △「스타워즈」의 광선검처럼 실물로는 존재하지 않는 장면을 만들어내는 기술이다. 물건뿐 아니라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곳을 만들어 직접 촬영 배경지에 가지 않고도 배경을 구현해 낼 수 있으며,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에서처럼 2~300명의 엑스트라를 동원해 10만 명이 나오는 장면을 연출할 수도 있어 VFX의 선호도는 점점 높아지고 있다. 

VFX 기술이 처음 시작된 곳은 할리우드로, 한국보다 훨씬 이른 시기에 VFX의 발달과 보급이 이뤄졌다. 특히 1990년대 중반 이후 어떤 장면이 특수효과인지 구분이 어려울 정도로 VFX 기술이 발달했다. VFX를 활용한 것으로 유명한 「해리포터」 시리즈와 「반지의 제왕」 시리즈는 환상 속 공간도 실제처럼 느껴지게 만들었다. 

한국 VFX의 성장
한국영화에서 최초로 VFX 기술이 사용된 것은 1994년 영화 「구미호」에서였다. 여자 주인공이 여우로 변하는 장면에서 VFX 기술이 처음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비슷한 시기에 개봉한 「쥬라기 공원」과 「트루라이즈」에 비하면 많이 부족한 수준이었다. VFX 효과를 적용한 영화들은 꾸준히 나왔지만, 할리우드에 익숙해진 관객들에게 만족감을 주지는 못했다. 그러던 중 1998년의 「쉬리」가 빌딩 폭파와 도심 총격전으로 할리우드에 가까운 VFX 효과 연출에 성공했고, 한국 VFX 산업이 커지는 계기가 됐다. 

국내 VFX 사업이 국내 영화 시장의 급성장과 블록버스터 영화 제작의 증가와 함께 발전하면서 2016년에는 시장 규모가 약 4천억 원에 달할 정도로 성장했다. 정보통신산업진흥원에서 발표한 ‘국내 CG/VFX 기업의 진출 사례와 대응 전략 보고서’에 따르면 상위 5개 업체 매체들의 매출액 합계는 2012년 약 2백31억 원에서 2015년 약 6백91억 정도로 불과 3년 사이에 3배나 급증했다.

자체적인 프로그램도 개발됐다. ‘덱스터 스튜디오(이하 덱스터)’는 「미스터고」 속 고릴라의 외관을 자연스럽게 표현하기 위해 국내 자체 기술로 동물의 털을 구현하는 디지털 털제작 프로그램 ‘Zelos fur’를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이처럼 직접 영화 전편에 활용할 수 있는 털제작 기술을 보유한 회사는 △덱스터 △웨타 △픽사 △ILM 4개뿐이며 아시아에서는 최초다. 

이런 기술과 시장 발전에 힘입어 최근엔  장면 대다수가 VFX 기술을 활용한 「신과 함께」가 개봉했다. 화려한 특수효과를 활용한 한국 판타지 영화인 「신과 함께」는 천만 관객을 달성하며 한국의 VFX 기술이 높아진 대중의 기대에 부응할 정도로 발전했음을 보여줬다. 또한 할리우드의 판타지 제작비에 비하면 상당히 낮은 금액의 예산에도 불구하고 높은 수준의 특수효과를 구현해내는 성과를 거뒀다.

한국 VFX 시장이 주목받는 이유
한국의 VFX 기업들은 특히 중국으로부터 많은 러브콜을 받는다. 거리가 가까워 시차가 거의 나지 않으며, 출장을 통한 협업이 용이하다는 지리적 이점이 꼽힌다. 같은 동아시아권 문화를 공유해 다른 할리우드 VFX 업체들에 비해 정서적인 부분과 기업 문화가 유사해 작업도 유리하다.

적당한 예산과 짧은 기한 내에 상대적으로 높은 질의 작품을 만들 수 있다는 점 역시 장점으로 꼽힌다. 김 교수는 “작업에 대한 열정 기여도와 성실함, 도전 정신이 한국 VFX의 성장과 인기에 많은 기여를 했다”고 덧붙였다. 

저렴한 인건비 또한 한국 VFX 시장이 각광 받는 요소 중 하나다. 제작 일수가 늘어날수록 더 많은 예산이 들기 때문에 영화제작업체들은 보다 저렴한 곳을 선호하게 된다. 일례로 국내 VFX에서 1위를 달리고 있는 덱스터의 1인당 하루 인건비는 45만 원으로 할리우드의 VFX 대표주자로 알려진 ILM스튜디오에 비해 3분의 1 정도 되는 수준으로 알려졌다. 

한국 VFX, 성장 활로는?
국내 업체들이 더 큰 시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시장 다변화, 기술 경쟁력 증대, 사업 모델 다각화 등이 필요한 것으로 분석된다. 김 교수는 “한국 VFX 기술은 할리우드를 포함한 세계 여러 국가의 영화 산업에 진출해 있다”며 “최근에는 4차 산업혁명과 더불어 가상현실, 증강현실 등 기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관련된 한국 VFX 기술도 발전에 탄력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한국 VFX의 수출은 크게 늘어나고 있지만, 아직도 사업진출이 한국 시장과 중국 시장에 편향돼있다는 점은 한계점으로 지적된다. 실제로 중국과 사드문제로 갈등을 겪고 있을 때, 한국의 몇몇 회사는 적자를 맞기도 했다. 김 교수는 “현재는 중국뿐만 아니라 할리우드나 동남아시아 쪽으로 진출하는 경우도 늘었다”며 “문화에 대한 열린 인식을 가지고 세계로 나아가야 할 것”이라 전했다.

또한 전문가들은 한국에서 VFX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영화가 더 많이 제작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김 교수는 “한국엔 고난도 VFX를 사용하는 영화 제작이 아직 많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미스터고」, 「신과 함께」와 같은 영화가 더 많이 제작될 때 우리 기술이 원동력을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VFX는 그 역사가 오래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세계 시장에서 큰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VFX 기술이 보다 발전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 전 세계 영화에서 한국 VFX 기술의 발자취가 남을 날이 오길 기대해본다. 

도움: 김미라<한국영상대 특수영상제작과> 교수
신호준 수습기자 shojun@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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